수필123 화장실 유감 -휘준- 어제는 집에서 쉬면서 모처럼 거실 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주로 아이들이 쓰는 화장실인데 낯선 물품들이 참 많았습니다. 콘텍트 렌즈 케이스, 무슨 세척 용액, 브러시 등에 묵은 때를 보고딸아이는 아빠가 싫어하는 렌즈를 몰래 쓴 지가 오래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무스와 이름도 모르는 자단한 것들을 보면서, 내 것보다 고급 사양의 칫솔을 보면서,사용법도 모르는 이상한 화장품들도 보면서, 이곳은 내게 치외법권적인 공간이었구나! 식구들의 가장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저는 아이들의 문화에서 격리된 아버지를 보았습니다.옛날의 내 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무시 받는 애비는 되지말자고입술을 깨물던 시절을 돌이켜 봅니다. 그러나 나도 영락없이 내 아버지와 같은 신세임을 변기통에 앉아서 느낍니다.그 좁은 공간에서 똥 누면서 둘러본 그 .. 2025. 5. 28. 화장실 앞에서의 갈등 -휘준- 왼손의 고마움은 오른손이 아플 때 절감하게 됩니다.저는 오른손을 삐어서 화장실에서의 휴지 마무리도 왼손으로 할 때가 있었습니다.바지춤을 추키는 것도 왼손 없으면 힘듭니다.어젠 바지를 올리다 주머니의 동전을 떨어뜨렸습니다.그놈이 떼구르 굴러서 옆 칸으로 갔습니다.그런데 옆 칸에서 인기척과 함께 다시 넘어와야 할 동전이 소식이 없는 겁니다.'아! 옆 칸에 손님이 없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제 동작은 빨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잽싸게 나가서 옆 칸 문을 당겼습니다.그런데 잠겨있었습니다.'아니 이런 치사한 놈이 있나?!'저는 갈등에 빠졌습니다.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노크로 용건을 말할까. 동전이 500원짜리였거든요.정면으로 무안도 줄 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놈의 볼일은 좀.. 2025. 5. 27. 카네이션을 건네는 손엔 사연이 있다 5월이 오면 사람들 손에 꽃이 들린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까지.저마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건넨다지만, 그 손마다 사연 하나쯤은 꼭 달고 있다.카네이션은 그냥 주는 꽃이 아니다. 어쩌면 ‘은근슬쩍 눈물샘을 건드리는 꽃’이거나, ‘지갑 사정을 고려한 협의의 상징’ 일 수도 있다.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아내에게 카네이션 한 송이를 건넸다. 웃으며 받긴 했지만, 눈빛은 복잡했다.“당신, 나한테 꽃 준 게 몇 년 만인지 아세요?”“올해가 몇 년도더라…”아내는 웃었고, 나는 얼른 주방으로 숨었다.꽃은 한 송이였지만, 그 안엔 지난 몇 년간의 무심함과 올해의 사죄가 함께 있었다.그러니까, 이 꽃을 건네는 내 손에는 그야말로 ‘사연’이 가득했던 것이다. 어버이날이 되면 자식들도 어김없이 ‘카네이션 .. 2025. 5. 26. 피천득의 '은전 한 닢', 이재성의 '동전 한 닢'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놓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거지는 떨리는 .. 2025. 5. 25. 윤여선의 土曜斷想 '클로버와 토끼풀' [토요 단상(土曜斷想)] (2025.05.24.)========={제 185회}========'클로버'는 '토끼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식물입니다.다른 잡풀들과 달리 땅에 깔려 있는 동글동글한 이파리가 장식용으로 몸에 달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풀이지요.어렸을 적에 이 클로버의 꽃을 따서 꽃 바로 아래 줄기를 반으로 갈라 그 틈으로 다른 꽃줄기를 넣어 연결해 반지나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녔던 것은 웬만큼 나이 든 이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추억입니다."생각난다 그 오솔길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이제는 가버린 가슴 아픈 추억....."가수 '은희'가 불렀던 라는 노래 속의 꽃반지도 이 클로버 꽃으로 만든 천연 장신구였던 셈이지요.요즘 들에 나가면 이 클로버들이 .. 2025. 5. 24. 아아, 리어카와 그 때 그 감자 -휘준- 1960년대 말, 여름철이면 학교에서 오전 수업만 하고 동대문 수영장으로 가서,온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수영을 배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체벌에 대한 긴장과 혹독한 훈련으로 허기진 채 수영장을 나서면호떡, 냉차, 구운 감자 따위를 파는 리어카가 즐비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축구장 뒷길에서 지금의 전철역까지 띄엄띄엄 늘어선 먹거리들.기름 둘러 프라이팬에 구운 감자가 석양빛에 번들거리면 왜 그리도 그게 먹고 싶었는지....첫 집을 참고 지나 봤자 그런 리어카를 수십 개 지나쳐야 버스정류장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아줌마들은 사방에서 불렀습니다."학생, 회수권도 받아 어여 와~"내 버스표 받아다가 자기 아들 주려는 것이겠지요.10원만 내면 감자 두 개와 햇볕에 종일 데워져 미지근한 냉수지만 큰 주전자의 물을 얼마든.. 2025. 5. 23.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