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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123

아,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휘준- 아우슈비츠 아, 내가 이 굉장한 곳엘 오다니!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이 끔찍한 역사의 현장은 수도가 바르샤바로 옮겨지기 전까지, 500여 년간 폴란드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던 크라쿠프 서쪽에 붙어 있다. 2005년, 그러니까 20년 전 필자는 세계문화유산인 소금광산과 아우슈비츠를 같이 가볼 기회가 있었다. 찾아가는 길은 폴란드가 전형적인 농업국가임을 잘 보여주었다. 땅은 우리나라의 3배나 되지만 인구는 우리의 1/3 밖에 안 되는 나라, 게다가 90%가 평지인 나라, 농토에 비료를 쓰지 않고 휴식년제를 꼭 지킬 만큼 옥토가 풍부한 나라를 보았다. 이 순박하고 풍요로운 나라가 한 미치광이에 의해 짓밟힌 흔적을 보러 가는 길. 그 음울한 길 위에서도 넓은 옥토에 대한 부러움은 발끝을 떠날 수 없었다. 폴.. 2025. 6. 3.
2원이면 볼 수 있던 엄마와 2만 리 떨어졌을 때 -휘준- 저에겐 육십이 넘도록 언제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돈이 있습니다.그건 2원, 초등학교 2학년 때 공책 값입니다. 공책을 산다며 타온 돈을 만지작거리던 저는 문방구점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며 자주 입원을 하셨는데, 어느 계절엔 집보다 병원에 계신 날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엄마 없는 집이 몹시 싫었습니다.학교가 파한 뒤 상도동에서 전찻길이 있는 노량진까지는 한 시간쯤 걸었습니다. 노량진에서 2원에 전차표를 사서 탔고 남영동에서 내렸습니다. 그러나 갈아탈 차비가 없어서 효자동 가는 전차를 몇 대나 보냈습니다. 한 길 복판에 서서 '내가 어쩌자고 돈도 없이 여길 왔을까?' 후회했지만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걸 이기게 했습니다. 눈치 보며 망설이다 한.. 2025. 6. 2.
결혼에 대하여 / 이문열의 귀한 수필 독신 여성이 늘어가는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결혼이란 제도의 본질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결혼이란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오래된 사회제도의 하나로서, 난혼(亂婚) 또는 모계사회나 집단혼(集團婚)을 인정하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기는 하나 결혼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일부일처제는 적어도 오늘날 우리가 그릇 믿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서 쓰는 결혼이란 좁은 뜻에서의 일부 일처혼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결혼은 대략 다섯 가지 측면을 가진 제도로 보인다. 흔히 알고 있는 대로 성(性)과 종족보존 외에 경제적 협력과 정서 및 보험의 기능이 그 다섯 가지 측면의 내용이다. 먼저 성의 제도로서의 결혼으 그 성이 일반적으로 금.. 2025. 6. 1.
윤여선의 土曜斷想: '현충일과 국군의 날' 맞이 현충원 참배와 봉사 (2025.05.31.)===={제 186회}====.해마다 두 번, '현충일'과 '국군의 날'이 가까워 올 무렵이면 서울 동작동의 국립현충원에 갑니다. 관세청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의 일원으로서 현충일과 국군의 날 전에 호국 영령들의 묘역을 돌보기 위해서이지요. 현충일을 열흘 앞둔 지난 화요일에도 관우봉사단과 국세동우회 회원 30여 명이 담당 구역 전사자 묘역에서 태극기와 조화를 갈아 드렸습니다. 작년 국군의 날 전에 꽂아 드렸던 것들이지요. 어렵다거나 힘든 일은 아니지만, 조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 영령들의 묘역을 돌보아 드리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정화 작업을 하면서 묘역을 돌아볼 때마다 아프게 느끼는 것은 영현들의 순국 연령이 무척 낮아 보인다.. 2025. 5. 31.
화장실? 아니 변소에서 일어난 난리 -휘준- "따르릉 - -"응, 나야. 아까 얘기한 거 말고, 화장실 얘기라면 또 있지. 재작년이면 2년 전인가? 그럼 재재작년 변산에 놀러 갔을 때야. 민박집의 화장실이 아래 모음통이 엄청 큰 구식 화장실이었어. 베니어판 뚜껑을 열고 앉았는데 잠금장치가 없었던 거야. 할 수 없이 문고리를 잡고 볼일을 봤지. 그날따라 볼일이 좀 길어서 팔이 아팠지만 놓을 순 없었어. 순간의 방심이 화를 초래한다잖아. 군대에서 배운 거지. 내가 누구야. 대한민국 땅개 육군병장 강병장. 알지? 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전한. 흠..... 그래그래 정정한다. 그냥 몸만 건강한. 아이고 참 내.아무튼 열심히 잡고 열심히 밀어내고 있었어. 근데 인기척이 다가오고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혹시 힘이 센 사람이 열면 어떡하지?' 여태까.. 2025. 5. 30.
화장실에서 ‘또라이’된 날 -휘준- 휴대폰 보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은 시절, 옛날이야기입니다.직장 회식은 꼭 2차, 3차로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죠.회식에서 반주가 길어져 맥주라도 많이 마신 날은차나 전철을 타기 전에 화장실을 꼭 들러야 합니다.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까요.거나해진 뒤에 마려운 기별이 오면 서둘러야 합니다.어제는 흔치 않은 큰 녀석의 기별 때문에 화장실로 뛰었습니다.첫째 칸이 닫혀있길래 둘째 칸에 들었습니다.그런데 바지를 내리자마자 옆칸 사람이 인사를 하는 거예요."안녕하세요?"아니 밤늦은 화장실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나를 아는 눔이 있나?그러나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옹졸한 사람이 되기 싫어 대꾸를 했어요.바지 벗고 인사하긴 처음이죠."네, 안녕하세요?"그런데 그 이웃이 또 묻는 거예요."지금 뭐 하세.. 2025.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