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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122

가끔 낮 달로 뜨는 남자 -휘준-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29일 김포공항의 국제선 기능을 모두 이관받아 공식 개항했습니다. IMF 등 많은 지체요인으로 공사가 늦어졌으나 그나마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에 개항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거리였죠. 월드컵 이전에 개통할 예정이었던 KTX나 부산 도시철도 3호선,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대전 도시철도 1호선 등 여러 지방 지하철은 외환위기 된서리를 맞아서 개통도 못 한 점을 상기하면 매우 다행한 역사입니다. 나중에 제2 터미널로 확장 일로에 있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심야에도 항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관계 공무원들의 밤샘근무가 이어졌습니다.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무일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이틀간 쉬는 것이니까 많이 쉬는 것 같아도, 8시간 근무하고 16시간 휴식하.. 2025. 5. 17.
지갑은 얇아도 마음은 부푼 5월 5월이 오면 지갑이 바빠진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갑을 열어야 할 ‘사유’가 줄줄이 날아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경조사도 많은 달이 아닌가.어쩌다 이 많은 날들이 다섯 글자 ‘감사의 마음’에 줄줄이 매달려 있나 싶다.문자 메시지엔 ‘5월 가정의 달, 풍성한 혜택’이란 광고가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고,마트는 빨간 카네이션과 선물 세트로 꽃밭이 된다. 이쯤 되면 5월은 ‘가정의 달’이라기보다 ‘소비의 달’이 아닌가 할 때도 있다.젊었을 땐 그게 또 신이 났던 때도 있었다. 선물 고르느라 눈이 반짝였고, 카드 한도는 위험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고르던 선물들은 뻔해지고.받는 쪽도 “아이고, 이 나이에 또 뭘 다…” 하며 손사래 치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 2025. 5. 16.
플렉스 대신 정을 삽니다 -휘준- 요즘은 뭐든 비싸야 좋다고 합니다.명품 신발, 고급차, 한 끼에 몇 만 원짜리 오마카세.그걸 ‘플렉스’라고 부르더군요.돈을 시원하게 쓰는 것이 멋이라는 뜻이라던데,저는 요즘 그 반대입니다.지갑은 웬만하면 열지 않으려 애쓰고, 마음은 더 열어두려 노력하며 삽니다.그렇다고 제가 무조건 검소한 사람은 아닙니다.저도 한때는 회식 후 고깃집에서 계산서를 낼 때,괜히 허리 쭉 펴고 “내가 쏜다!” 하며 어깨에 바람 좀 넣어봤습니다.그 맛이 뭔지, 저도 다 압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돈은 쓰고 나면 아깝고, 정은 쓰고 나면 더 따뜻합니다.그래서 저는 이제"플렉스 대신 정을 삽니다."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했더니 아내가 빙긋이 웃습니다.“여보, 은퇴 직후 유튜브를 기웃거리더니, 이젠 블로그 하시게요?”말끝엔 .. 2025. 5. 15.
산정무한 -정비석- 다시 읽는 『산정무한』.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히 일렁인다.고등학교 국어 시간, 잊히지 않는 한 편의 글이 있었다. 정비석 선생님의 수필 『산정무한(山情無限)』이다.처음엔 제목부터 낯설었다. ‘산정’도, ‘무한’도 쉽게 다가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 말들이 지닌 결이 서서히 마음에 스민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더없이 꼭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필은 1941년, 정비석 선생이 금강산을 유람하며 남긴 기행문 중 한 대목이다. 『내금강 기행문』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장면을 골라 엮은 것이 『산정무한』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났던 글은 원문 그대로는 아니었다. 여정의 시작부터 내금강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은 일부 생략되.. 2025. 5. 11.
<4> 소확행 속에 숨은 소비 습관 리셋법 -휘준- 작지만 확실히, 자주 후회했던 나의 소비 이야기살다 보면 이유도 모르게 지갑이 가벼운 날이 있다.아직 달력은 중순도 지나지 않았는데, 통장 잔고가 수상쩍다.이쯤 되면 괴상한 의혹이 하나 떠오른다.‘혹시 내가 자면서 누굴 후원하고 있나?’아니면 밤에 나도 모르게 쇼핑 앱을 열고 카드번호를 눌렀던 걸까?하지만 의심의 실체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바로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말은 예쁘지만, 나처럼 ‘확실히’ 소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소확지출이 되기 딱 좋다.작고 소소한 지출은 왜 이리 많을까?커피 한 잔쯤이야.오늘 하루 수고했는데, 마카롱 하나쯤이야.심지어 이유도 없다. 그냥 귀여워서.그렇게 장바구니에 담겼던 건 미니 가습기, 파우치, 50% 다운된 이어폰그리고 이름조차 기억 안 나는.. 2025. 5. 9.
젊은이들의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 -휘준-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마다 꿈을 꾸고 여행을 떠나고 돌아옵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세상에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이면 만나는 사람마다 복을 빌며 인사를 나누는 나라. 세상에 우리나라만큼 이웃에게 복을 많이 비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복 많이 받으세요.” 사방팔방 나눈 인사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여야 합니다. 그러나 덕담을 나누고 돌아서선 ‘아파서 죽겠네.’ ‘괴로워 죽겠네.’가 쉽게 나옵니다. 매우 과장된 표현이지만 실제로 괴롭다고 죽어버리는 사람이 많아 큰일입니다.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등이란 건 다 아는 사실이죠? 특히 연예인들의 죽음은 모방 자살로 이어지기도 해서 더 걱정이 됩니다. 선남선녀들의 가슴 아픈 몰락을 보면서 행복의 의미를 .. 2025.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