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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화장실 앞에서의 갈등 -휘준-

by 휘준쭌 2025. 5. 27.

화장실 앞에서의 갈등
화장실 앞에서의 기다림


왼손의 고마움은 오른손이 아플 때 절감하게 됩니다.

저는 오른손을 삐어서 화장실에서의 휴지 마무리도 왼손으로 할 때가 있었습니다.

바지춤을 추키는 것도 왼손 없으면 힘듭니다.

어젠 바지를 올리다 주머니의 동전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놈이 떼구르 굴러서 옆 칸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옆 칸에서 인기척과 함께 다시 넘어와야 할 동전이 소식이 없는 겁니다.

'아! 옆 칸에 손님이 없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동작은 빨라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잽싸게 나가서 옆 칸 문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잠겨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치사한 놈이 있나?!'

저는 갈등에 빠졌습니다.

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노크로 용건을 말할까. 동전이 500원짜리였거든요.

정면으로 무안도 줄 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놈의 볼일은 좀 길었습니다.

저는 질세라 벽에 기댄 자세까지 바꿔가며 기다렸습니다.

이제까지 기다린 시간이 아까우니 끝을 보자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을 볼 수 없었습니다.

화장실 문 밑으로 약간 보이는 종이 뒷면에 뭐라 쓰여있길래 주웠습니다.

문에 붙었다가 떨어진 것 같은 종이엔 아홉 글자가 삐뚤삐뚤 웃고 있었습니다.

'사용금지, 고장수리 중'

(20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