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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130

윤여선의 土曜斷想 : 잊혀지지 않는 그 사람 토요 단상(土曜斷想)] (2025.08.16)========={제 197회}======= 이따금 잊을만하면 기억 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고향 사람도 아니고, 학창 시절 절친하게 우정을 나눴던 친구도 아니지요. 의외이겠지만, 그는 사무소를 연지 얼마 안 됐을 무렵, 한동안 거래를 했던 물류회사의 대표였습니다. 흔한 말로 '갑'의 존재였던 사람이지요. 요즘도 그의 모습을 떠올릴 때가 있는 데, 그럴 때면 고향에서 함께 자랐던 어린 시절의 친구를 떠올리는 듯한 그리운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사회적인 계약 관계 속에는 '갑(甲)'과 '을(乙)'이 존재합니다. '갑'이 주도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반면, '을'은 종속적인 위치에 놓이는 것이 사회적인 통례이지요.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는 업무 관계.. 2025. 8. 16.
윤여선의 土曜斷想 : 한일전 경기장의 생생한 분위기 (2025.07.19)========={제 193회}======== 며칠 전에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을 새롭게 해 봤습니다.국제적인 축구시합그것도 늘 관심 있게 보아온 한.일 라이벌전을, 텔레비전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관람했던 것이지요.지금까지는 주로 텔레비전을 통한 중계방송만 보아왔는데, 이번 축구경기는 집에서 가까운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고, '동아시안컵' 결승인 데다, 한. 일 라이벌 전이라는 데서 처음부터 현장 관람의 유혹을 강하게 느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입장권 예약 방법도 모르고, 운동장까지 가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져 망설이고 있던 차에, 마침 아들이 관람권 두 장을 구입했으니 축구장으로 나오라는 연락을 해 와, 국제적인 이벤트로서의 축구 시합의 현장 관람을 평생 처음으로 결행했.. 2025. 8. 10.
에메랄드의 시간 : 함덕해수욕장에서 보낸 하루 -휘준- 푸른 빛과 모래 질감이 다른 해변제주도에는 해수욕장이 참 많다. 푸른빛이 다르고, 모래의 질감도 다르고, 바람의 결조차 다르다. 그중에서도 내가 유독 그리워하는 바다는 함덕해수욕장이다. 협재나 중문보다 조금 덜 유명하지만, 그만큼 덜 소란스럽고, 더 단정하다. 게다가 에메랄드빛 바다색은 제주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곱다. 사람들은 흔히 ‘몰디브 같은 색’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그 말보다 ‘기분까지 씻어주는 물빛’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제주시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는 차로 약 30분 남짓.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도심의 공기가 차츰 바뀌는 느낌이 든다. 특히 여름철 아침에 도착하면, 햇살은 아직 부드럽고 바람은 상쾌하다. 나는 늘 오전 시간의 함덕을 좋아한다. 햇살이 바.. 2025. 8. 10.
윤여선의 土曜斷想 : 낚시에 걸려있는 세 가지 뜻 [토요 단상(土曜斷想)] (2025.08.09)========={제 196회}========.지난 주말에 성당 교우 몇 명과 함께 강원도 평창에 가서 이틀 동안 잘 지내고 왔습니다. 피서라기보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끼리 풍광이 수려한 곳을 찾아가 함께 휴식을 취하며 이런저런 회포를 풀었던 것이지요. 강원도 평창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인 만큼 산이 높고, 골도 깊은 청정지역입니다. 다른 교우들이 캠핑장의 짙은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펴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동안, 준비해 간 낚싯대로 물이 힘차게 내려오는 냇가에 내려가 낚시를 했습니다. 깊은 골짜기를 굽이쳐 내려오는 풍부한 물만큼 고기들도 많아, 짧은 시간 동안 적으나마 찌개를 끓일 수 있을 정도의 물고기를 낚았지요. 어린 시절의 고향냇가흐르는 물.. 2025. 8. 9.
파도보다 느긋한 하루, 곽지에서 -휘준- 곽지해수욕장을 처음 알게 된 건 몇 해 전, 우연히 협재해수욕장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달리다가였다. 바다를 따라 걷던 길 끝에서, 마치 감춰놓은 듯 고요한 해변이 하나 나타났다. 그곳이 곽지해변이었다. 이름도 낯설고, 풍경도 수수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이번 제주 여행에선 곽지를 가장 먼저 찾기로 했다. 바다에 덜 알려진 바다는 어쩐지 더 솔직한 풍경을 보여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곽지해수욕장은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다. 협재와 금능보다 조금 더 제주시 방향으로 가까운 위치. 차를 타고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푸른 바다 옆으로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곽지는 협재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중문처럼 격식을 차리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말소리가 낮고, 파도는 조금 더 가.. 2025. 8. 5.
메밀꽃 피기 전, 여름을 먼저 건너는 법 -휘준- 평창 봉평 여행기메밀꽃은 가을에 핀다고들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평을 9월쯤 찾아간다. 하지만 나는 조금 성급하다. 가을까지 기다리기엔 여름이 너무 길고 덥다. 그리고 무엇보다 봉평에는, 꽃이 없어도 시원하게 피어나는 무언가가 있다. 그 이름은 바로, 흥정계곡. 이곳은 더위에 지친 영혼들이 물속에서 다시 환생하는 장소다. 나는 올해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봉평행 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메밀꽃이 아닌, 계곡과 물소리였다. 평창이라는 지명은 어딘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을 준다. ‘평’ 자도 시원하고, ‘창’ 자도 바람을 몰고 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실제로 봉평에 도착하자마자,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이 달랐다. 도심의 공기가 눅눅한 찜질방 같다면, 여기는 냉장고를 살짝 열었을 때 나오는 ‘그 바람’.. 2025.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