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은 시절, 옛날이야기입니다.
직장 회식은 꼭 2차, 3차로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죠.
회식에서 반주가 길어져 맥주라도 많이 마신 날은
차나 전철을 타기 전에 화장실을 꼭 들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까요.
거나해진 뒤에 마려운 기별이 오면 서둘러야 합니다.
어제는 흔치 않은 큰 녀석의 기별 때문에 화장실로 뛰었습니다.
첫째 칸이 닫혀있길래 둘째 칸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지를 내리자마자 옆칸 사람이 인사를 하는 거예요.
"안녕하세요?"
아니 밤늦은 화장실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나를 아는 눔이 있나?
그러나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옹졸한 사람이 되기 싫어 대꾸를 했어요.
바지 벗고 인사하긴 처음이죠.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그 이웃이 또 묻는 거예요.
"지금 뭐 하세요?"
'아니 이 미친 눔이? 화장실에서 할 일이 뭐가 있다고 묻는 거냐?'
이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더 대꾸 안 할 양으로 대답했습니다.
"뭐 하긴 뭐 하겠어요? 재밌지만 그만하시죠. 끙~"
그랬더니 그 이웃이 큰 소리로 얘기했습니다.
"이쁜 씨! 이따 다시 걸게요.
우리 전화 얘기 엿듣고 옆에 어떤 또라이가 말끝마다 대꾸를 해서 안 되겠어요. 탁-"
나는 사람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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