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34 수필 -피천득-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수필은 가로수에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이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화 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 빛이다. 비단.. 2025. 3. 23. 입춘대길의 '春'.....봄 '춘'자라고? -휘준- © deDaisy, 출처 올해 우리 절기 입춘일은 2월 3일이었죠?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 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 뿌리를 캐어 지역마다 갖가지 방식으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곤 했답니다. 입춘 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 이것은 우리 조상님들이 믿어왔으니 우리는 그냥 따르는 게 효孝인 줄 알고 지냈고, 이 속설에 맞서 대문에 붙여온 문구가 立春大吉입니다. 입춘대길의 ‘春’이 봄‘춘’ 자일 까요? / 휘준아닙니다. 일상에 쓰이는 말속에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설날을 명절이라고 부릅니다. 명절(明節)을 한글로 쓰면 '밝은 절기’ 맞죠? 밝은 절기, 설날은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 2025. 3. 22. 하양이와 꿩이 –휘준- 겨울이었지만 참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닭 친구 넷이 아침 일찍 모여 테니스를 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아침엔 더 부지런한 꿩친구가 먼저 나와서 친구 닭과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은 참 좋은 볼거리여서 늦게 온 닭 셋은 땀에 젖은 두 친구와 마당에 흩어진 노랗고 보드라운 공들을 바라보며 막 퍼지기 시작한 햇살을 먹고 있었습니다. 예쁜 공들이 라켓트를 떠나 꼭 병아리 떼처럼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아침을 만들었습니다. 꿩이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얘들아! 빨리 들어와 게임하지 않고 뭐 하니?"?" 닭 세 친구가 코트에 들어서면서, 하얀 닭이 꿩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먼저 시합하라고?" 그러자 꿩은 갑자기 화난 얼굴로 소리쳤습.. 2025. 3. 21. 인연 -피천득- 因 緣 -피천득-지난 사월 춘천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여자 대학에 가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한 일이 있다. 힘든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 것은, 주수녀님과 김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사연이 있었다.수십 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東京)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 교육가 미우라(三浦)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꾸 시로가네(芝區白金)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가진 아사코(朝子)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아침에 낳았다고 아사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하였다. 그 집 뜰에는 큰 .. 2025. 3. 20. 가장 오래 기다린 찬스 -휘준- 가장 오래된 망설임내가 기다리는 찬스는 죽을 때까지 안 올지도 모른다.은행 신용카드와 내가 인연을 맺은 지가 벌써 45년쯤 된다.지금은 신용카드 없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예전엔 확실한 신분과 소득을 증명해야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그래서 80년대까지는 카드에 신분 과시 효과도 있었다고 기억된다.신용카드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현금지급기.출시 초년부터 사용했기 때문에 서툰 사람들 앞에서 익숙하게 사용해 왔으며,으쓱한 기분으로 그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었다.그러나 그 현금지급기를 나는 아직도 믿지 못한다.사람의 망설임은 짧게는 순간이고 길어야 며칠이면 끝난다.그러나 나는 30여 년간 망설임을 버리지 못한 게 하나 있다.그것은 현금지급기 앞에서 꺼낸 돈을 세어보는 일이다. 돈이 혹시 모자라면.. 2025. 3. 19. 변비를 못이기고 대학 병원 응급실로, 치료비 26만 원 -휘준- 벌써 작년 겨울 기억이 되었네요. 2024년 1월 27일 토요일 8시, 금정역에 나갔더니 네 사람이 모였습니다. 평택역까지 급행 전철로 약 40분 이동, 평택역에서 510번 버스 타고, 약 50분 이동하여 영인산 들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입구부터 아이젠을 차며, 화장실을 찾아보았으나 없었습니다.정상 쪽 공원에서 반가운 화장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배변엔 실패. 영인산은 봉우리가 4~5개 있었는데 첫 봉우리(상투봉)에서 하산을 결심했습니다. 일행에겐 지름길로 뒤따르겠다고 하고서 다시 그 화장실에 들렀으나 실패, 등산할 마음이 싹 가시고 찜찜해서 미련 없이 하산 결정. 이제 집까지 가는 길이 걱정되었습니다. 택시 타면 집까지 80분, 교통비 약 10만 원. 대중교통은 집까지 약 3시간 걸.. 2025. 3. 18.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