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 -휘준-
올여름은 어딘가로 가고 싶으면서도, 그 어딘가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너무 유명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사진은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덜 더웠으면 좋겠다는 욕심 많은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왔다.욕심은 욕심일 뿐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나는 그런 바람이 모여 만든 장소를 알고 있다. 전남 담양, 바람의 통로라 불릴 만한 그곳. 이름만 들어도 초록빛이 솟아오르는 그곳,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처음에 대나무숲이 무슨 재미일까 싶었다. 나무는 나무고, 그늘은 그늘이지, 대나무가 만든 그늘이라고 특별할 게 있을까? 그런데 막상 발을 들이고 나니, 이건 그냥 ‘그늘’이 아니었다.죽녹원의 바람은 바람 자체로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2025.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