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4 (3) 항문 똥구녕 학문 -휘준- 웃기는 얘기는 제목도 있는데 '고1 때의 학문 수준'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이상했던 건 중학 때보다 교실이 좀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년 초엔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조용해야 맞지 않습니까? 며칠 지나서야 우리 반이 우수반의 반대쪽 돌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시험을 잘 보는 수밖에 없었지요. 학기말 고사 생물 시간이었습니다. 아는 것부터 쓰고 모르는 건 나중에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는 게 깜빡 생각 안 날 때처럼 억울할 때가 없죠. 마지막까지 끌어안고 있던 문제의 답은 '항문'이었습니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겠다고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다가 종소리와 함께 '똥구멍'이라 쓰고 나왔습니다. 빈칸으로 놔둘 수는 없잖아요. 답안지가 걷히고 친구들의 웅성거림에서 정답.. 2025. 3. 4. (2) 여고 스타와 나란히 걷던 약수동 -휘준- 정류장에 혼자 남은 우리 9번 선수, 버스에 타기 전에 가방끈이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놓쳤어. 별수 없이 버스까지 따라 탔지, 아무 말도 못 걸고 눈치만 살피는데도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은 울긋불긋, 버스 안에서 몸이 가까워질수록 난 떨고 있었어. 너무 센 상대를 찍은 거야. 코트에서 뛸 땐 작고 예뻤지만, 교복 입은 그녀는 너무 큰 모델이었어. ‘포기하고 돌아갈까?’ 이런 생각을 왜 안 했겠어.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얘깃거리는 만들어야 하잖아. 파이팅! 하며 등 두드려 준 친구들이 밉기까지 했어. 다시 마음을 잡았지만 차 안에선 말을 못 붙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내렸어. 나? 나도 뭐 지남철처럼 따라 내려졌겠지. 내리자마자 비장한 각오로 말을 걸었어. 무슨 말이건 붙이지 않으면 링에 오르지.. 2025. 3. 3. (1) 삭막한 학교가 울긋불긋해졌던 며칠 -휘준- 벗님들, 우리 고2 때 학교 강당에서 추계 농구대회가 열린 것 기억나?장충체육관이 수리 중이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여고생 응원단들이 들이닥쳤잖아.교정 여기저기 꼬마 숙녀들이 거닐며 삭막했던 남학교는 울긋불긋해졌지. 꿈인가? 그때 정말 살만했어. 파릇파릇 어린 나이에도 남녀는 어울려야 살만한 세상이란 걸 모르는 친구는 없었지? 고교 3년 동안 살만했던 시절은 딱 그 며칠이 처음이었잖아. 옥외 농구장을 쓰던 우리는 한 명의 농구 스타에게 폭 빠졌지. M여고 가드, 얼굴도 짱 예쁜 데다 실력까지 월등했잖아. 꽁지머리 팔랑팔랑, 코트 가운데서 팀을 지휘하던 꼬마 선수에게 우리는 반했지. 나중에 그 선수는 세계 선수권대회에 나가 베스트 five에 들었던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보다 높이 올라간 선수였잖아. 예전.. 2025. 3. 2. 첫 키스 도둑 -휘준- 눈부신 아침이다.햇살은 팔랑대는 아내의 옷고름에 자줏빛으로 부서진다. 약국을 지나 가구점 거울에 뒷모습을 살짝 비춰 보며, 비녀가 정말 어울리냐고 물어보는 아내가 예쁘다. 자주색 저고리에 연보라 치마. 허리까지 빗질하던 긴 머리를 쪽 쪄 올려 목이 하얗게 드러난 여자. 쪽 찐 머리 옆에서 내 아내가 맞나 다시 쳐다본다.이런 외출이 얼마 만인가. 참 드물었다. 결혼 20년 동안 손가락으로 셀만큼. 연애시절까지 24년의 연륜이지만 한복 차림의 아내는 또 다른 새로움이다. 환한 아내의 표정. 오랜 세월 무던히도 순종해 준 아내에게 난 몇 점쯤 되는 남편일까.20년은 아내가 억척 여인으로 변한 세월이기도 하다. 맞벌이에,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집안 잔일에 종종걸음을 친 세월이다. 이사도 8번이나 했지만 한 .. 2025. 3. 1. 이전 1 ···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