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얄개16 스승의 날, 선생님을 깔아 뭉개고 환호하던 얄개들 -휘준- 고교 시절, 우리들이 주로 다닌 소풍지는 서울 근교 왕릉이었다. 서오릉 동구릉 서삼릉... 임금님 묘 옆에서 야전 틀어놓고 트위스트와 알리.... 참 열심히들 놀았지. 흑백 사진을 보니 50년 전 기억들이 하나둘씩 살아난다그래, 그때 그 말타기. 국어선생님께서 말타기를 하는 우리를 보시더니"이눔들아, 나를 타봐라 안 무너진다." 웃통 벗고 엎드리신 국어선생님 옆으로 우리는 모자와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신났었지.지금 보니 그때 선생님의 허리가 이미 휘어있었는데, 키 제일 큰 장다리 철이가 세 번째로 타자마자 말은 짜부.선생님은 쓰러지며 발목을 다치셨고 열흘 넘게 절뚝거리셨다.우리들은 약국에서 안티푸라민을 사서 엽서와 함께 드렸는데, 사연은 공부 꼴찌인 내가 썼다."선생님, 보세요. 세 번째로 탄 장다리가.. 2025. 5. 14. (15) 그땐 우리도 우리가 한심했다 -휘준- 고2 얄개시절, 그러니까 50여 년 전, 우리가 저지른 일 중에 범죄인 줄 알고 저지른 일이 딱 하나 있다.정말 장난으로 말해본 거였는데 그 말을 들은 두 친구가 착 달라붙는 바람에 우리의 모의는 급속히 합의됐다.셋이서 시험지를 훔치기로 한 것이다. 시험기간 중엔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많았는데,밤이 이슥해지면서 불 켜진 교실이 몇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비장한 마음으로 2층 교무실을 털었다. 그것은 타이거마스크의 박달 몽둥이 때문이다.그는 수학선생이지만 마스크를 안 써도 반칙왕 같이 생긴 남자인데 시험문제 하나 틀리는데 무조건 한 대씩 때렸다.다른 애들은 몇 개 틀렸나를 걱정했지만 선수생활 때문에 수업을 자주 빼먹은 나는 몇 개 맞을까가 궁금한 처지였다.그러니 몽둥이 앞에 도둑질인들 망설일 여.. 2025. 3. 26. (14) 오필이와 하재억과 유실영 어머니와 나의 엄마 -휘준-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모인 반창회에서 오필이 군을 만났다.약 50년 만의 만남인데 퍼뜩 떠오른 추억은 고1 때 운동회다. 반의 체육부장으로서 출전 선수 명단을 짜고 있던 내가 필이에게 “너 단거리 빠르던데 100미터 좀 뛰어주라.” 했더니, 엄마한테 물어보고 답은 내일 주겠단다. “야 난 5천 미터도 물어보지 않고 뛰는데, 그거 잠깐 뛰는 걸 무슨 엄마한테 물어보냐?”"야 너, 100미터 달리기 선수 좀 해 줘라.""안돼, 엄마한테 물어보구.""나는 5000미터도 물어보지 않고 뛰는데, 뭘 그런 것까지 엄마한테 허락받냐?""아냐, 난 물어봐야 돼!" 이게 고교 1학년들의 대화로 보일까?선수 명단 제출 기한이 당일이어서 "쪼다새끼" 하며 빼버렸던 필이에게 그때 답변이 왜 그랬냐고 물었다.할아버지가 된 .. 2025. 3. 25. (13) 짜장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뺑코 -휘준- 짜장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뺑코 어려서나 어른이 되어서나 중국집에서 "짜장면"하고 시켜야 짜장 맛이 나지 '자장면'은 영 아니다. 표준말이 ‘자장면’이래서 못마땅했지만 몇 해 전인가 ‘짜장면’도 표준어로 등록이 됐단다. 고교 입학식 날인가. 친구들과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 이전에도 중국집에 갔었겠지만 그 때가 첫 기억마냥 남아있는 것은 강렬한 추억 한 컷 때문이다. 흑백 사진처럼 바랜 추억 가운데 강렬히 남아있는 장면은 나무젓가락 비비기다. 그 시절 젓가락의 품질이 좋지 않아서 제품 모서리에 나무 보푸라기가 몇씩 있었고 그냥 먹다간 입술이 찔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뺑코가 나무젓가락을 받자마자 그것을 둘로 떼어내더니 손바닥 사이에 모으고 그것들끼리 마구 비볐다. 우리가 하나씩 뜯고 있는 보푸라기를.. 2025. 3. 24. (12) 미술 선생님과 깨눈 -휘준- 어느 해인가 5월 15일, 고교 동창 여남은이 모였었다.한참을 떠들다 누군가 스승의 날임을 일깨웠을 때, 깨눈의 부음(訃音)이 들렸다."깨눈 알지? 어제 죽었대."고교 선생이 된 친구, 메뚜기가 술잔을 주며 말했다.맞은편 세모가 받았다. 깨눈이라! 공납금 독하게 받아내던 그 선생? 깨눈은 눈이 몹시 작았다. 덩치는 큰데 눈은 참깨 만한 남자.인상도 험악했는데 그는 나의 중학 시절 미술 선생이었다.미술 숙제가 상상화 한 점씩이었는데, 숙제 검사를 하던 깨눈이 대뜸 물었다."너, 이거 베꼈지?""제가 혼자 그린 건데요." '상상화'는 말 그대로 상상해서 그리는 것인데 깨눈은 어디선가 본 그림이라는 것이다.깨눈은 깨눈을 크게 뜨며 두 번이나 물었다. 정말이냐고.까닭을 모르는 나는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그때 .. 2025. 3. 17. (11) 하얗게 잊었던 하얀 기억 '셋' -휘준- 우리는 쥐를 싫어한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을까? 그러나 학교마다 통일된 숙제가 ‘쥐꼬리 잘라 오기’인 날이 기억난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쥐 잡기 행사(?). 잡은 증거로 그 꼬리들을 잘라 와야 했고 그 실적은 반별로 경쟁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망측하기도 했지만 엄연한 사실 아닌가. 잊혀진 일은 또 있다. 당시 거리에 있는 화장실엘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했다. 돈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가느냐고 요즘 아이들은 묻겠지만 답은 엄연히 '그랬다.' 아닌가. 버스터미널의 화장실도 유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화장실 직원이 대변이냐 소변이냐를 물어 요금을 달리 받았는데, 소변 요금 내고 들어가 대변 칸으로 건너가다 걸리면 창피를 당하기도 했지 않은가. 어쨌든 화장실 앞에서 돈이 없어 쩔쩔매던 생각이나, 이튿날.. 2025. 3. 15.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