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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얄개16

(4) 모두들 나를 머저리처럼 쳐다보았어 -휘준- ㅎㅎ 웃었으니까, 제과점 가시죠?“저기 우리 오빠 오네요.”“이크, 물러갑니다. 근데 그대 내년에도 고교농구에 나오면 그땐 죽음입니당... 총총총”뒤도 안 돌아보고 물러섰던 며칠 후, 나는 망설이던 편지를 부치고 말았어.[편지] 3학년이라던 숙에게, ㅋㅋ 2학년이지?이 편지, 학년을 몰라 농구부로 보내는 거구,여자 이름으로 보내는 건 나으... 센스.전달되면 행운이고, 차단되면 운명. 나 요즘 농구 열심히 해, 키 크고 싶어서.우리 학교 코트는 아스팔트라서 비만 멎으면 바로 할 수 있거든.선수들은 강당체육관에서 뛰고 우리는 땡볕에서 뻘뻘 대는데, 멤버들 모두 그대 팬이야.숙, 그대 만난 후부터 키 커야 한다는 욕심에뒤꿈치를 들고 다닌 날도 있었어.난 2학년이니까 키 클 기회가 더 있고, 진짜 키가 크면 .. 2025. 3. 5.
(3) 항문 똥구녕 학문 -휘준- 웃기는 얘기는 제목도 있는데 '고1 때의 학문 수준'입니다.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이상했던 건 중학 때보다 교실이 좀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학년 초엔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조용해야 맞지 않습니까?며칠 지나서야 우리 반이 우수반의 반대쪽 돌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시험을 잘 보는 수밖에 없었지요. 학기말 고사 생물 시간이었습니다.아는 것부터 쓰고 모르는 건 나중에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그런데 아는 게 깜빡 생각 안 날 때처럼 억울할 때가 없죠.마지막까지 끌어안고 있던 문제의 답은 '항문'이었습니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겠다고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다가 종소리와 함께 '똥구멍'이라 쓰고 나왔습니다.빈칸으로 놔둘 수는 없잖아요. 답안지가 걷히고 친구들의 웅성거림에서 정답이 '항문'이라는 것을 .. 2025. 3. 4.
(2) 여고 스타와 나란히 걷던 약수동 -휘준- 정류장에 혼자 남은 우리 9번 선수, 버스에 타기 전에 가방끈이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놓쳤어. 별수 없이 버스까지 따라 탔지, 아무 말도 못 걸고 눈치만 살피는데도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은 울긋불긋, 버스 안에서 몸이 가까워질수록 난 떨고 있었어. 너무 센 상대를 찍은 거야. 코트에서 뛸 땐 작고 예뻤지만, 교복 입은 그녀는 너무 큰 모델이었어. ‘포기하고 돌아갈까?’ 이런 생각을 왜 안 했겠어.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지, 얘깃거리는 만들어야 하잖아. 파이팅! 하며 등 두드려 준 친구들이 밉기까지 했어. 다시 마음을 잡았지만 차 안에선 말을 못 붙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내렸어. 나? 나도 뭐 지남철처럼 따라 내려졌겠지. 내리자마자 비장한 각오로 말을 걸었어. 무슨 말이건 붙이지 않으면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지는.. 2025. 3. 3.
(1) 삭막한 학교가 울긋불긋해졌던 며칠 -휘준- 벗님들, 우리 고2 때 학교 강당에서 추계 농구대회가 열린 것 기억나?장충체육관이 수리 중이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여고생 응원단들이 들이닥쳤잖아.교정 여기저기 꼬마 숙녀들이 거닐며 삭막했던 남학교는 울긋불긋해졌지. 꿈인가? 그때 정말 살만했어. 파릇파릇 어린 나이에도 남녀는 어울려야 살만한 세상이란 걸 모르는 친구는 없었지? 고교 3년 동안 살만했던 시절은 딱 그 며칠이 처음이었잖아. 옥외 농구장을 쓰던 우리는 한 명의 농구 스타에게 폭 빠졌지. M여고 가드, 얼굴도 짱 예쁜 데다 실력까지 월등했잖아. 꽁지머리 팔랑팔랑, 코트 가운데서 팀을 지휘하던 꼬마 선수에게 우리는 반했지. 나중에 그 선수는 세계 선수권대회에 나가 베스트 five에 들었던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보다 높이 올라간 선수였잖아. 예전 시.. 202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