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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성은 살리고, 통장은 지켜야지 -휘준- 요즘 세상, 플렉스(flex)라는 단어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 누가 뭐 하나 샀다 하면 “오, 플렉스~!” 하고 추임새를 넣어야 ‘요즘 사람’ 소리를 듣는다.나도 뒤처질 수 없지. 생일도 아닌데 초콜릿 케이크를 샀고, 평소 안 사던 향초에 불을 붙였다. 마음먹고 ‘나를 위한 소비’를 실천해 봤는데, 문제는 그 뒤였다. 통장이 울었다.그러니까, 감성은 살았는데 통장이 죽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균형이라는 게 필요하다. 감성도 살리고, 통장도 기절하지 않게 말이다. 플렉스는 좋은데, 현명한 플렉스가 필요하다.나만의 감성 레이더 켜기처음엔 나도 그랬다. 남들 하는 거 다 좋아 보였다. 누가 커피잔 들고 예쁜 카페에서 찍은 사진 올리면, 나도 괜히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 유행하는 향수 보면 안 뿌리면 .. 2025. 5. 3.
<1>“그 돈이면 여행에 퐁당 빠질 수도...”를 실천해본 6개월의 기록 -휘준- 1. 하루 한 잔, 별생각 없이 넘기던 커피의 진실나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아니, 좋아했다.아침 출근길에 눈 반쯤 감은 채로 편의점에서 한 잔, 사무실 도착해서 회의 전에 한 잔,오후 3시에는 졸음 방지용으로 또 한 잔.거기에 주말이면 무조건 감성 카페 가서 디저트 하나에 라테 한 잔.문제는, 이게 습관이 되면 무서운 소비라는 거다.어느 날 카드명세서를 보다가 갑자기 멍해졌다. “이게 다 커피야?”놀란 마음에 손가락을 꼽아봤다. 하루 평균 1.5잔, 일주일이면 최소 10잔.한 잔 평균 4,500원이면, 한 달에 4만~6만 원은 그냥 커피값으로 날아간다는 결론.그때 머릿속을 스치는 한 마디.“그 돈이면, 진짜 여행 한 두 번은 간다.” 그 말이 농담 같으면서도 너무 현실 같았다.그렇게 나는 실험을 시작했.. 2025. 5. 2.
오월 -피천득-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 같이 보드랍다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그러나 시월 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득료애정통고 사랑을 얻음도 고통이요실료애정통고 사랑을 잃음도 고통이다 젊어서 죽은 중국시인의 이 글귀를모래 위에 써 놓고,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사실이 참으로 즐겁다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어느.. 2025. 5. 1.
어휴 사기꾼님, 정말 감사합니다 -휘준- 교회에서 부른다며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버린 날, 이런 아침이 흔치 않아 새로 사 온 sttepper도 해보고 설거지까지 했다. 설거지 해치우기는 아내의 칭찬을 듣는데 가장 확실한 일감인데, 세제를 약간만 쓰는 그릇 닦기는 나의 특기이다.​ 9시에 문 여는 도서관에 가려고 가방을 메며 핸드폰을 찾는데 없다. 내 방에 없으면 거실엔 분명히 있던 핸드폰이 오리무중이다. 내 방을 한 번 더 뒤지고 거실의 소파 밑까지 훑어도 없다. 주방에도 없다.​ 혹시 화장실에? 없다. 나가야 하는 시간이 지나가자 슬슬 초조해진다. 배터리 잔량도 모르고, 진동으로 해놓은 폰이라 못 찾으면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두 식구 사는 집이라 아내 폰으로 찾아야 하는데, 오늘은 아내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밖엔 비가 오는데 우산 없.. 2025. 4. 30.
무식을 고치는 약이라도 있었으면 -휘준- 무식한 걸 고칠 약은 어디에도 없다네5년 전 처음 안경을 썼을 땐 생각보다 훨씬 선명히 보인 세상에 감탄했었다. 안경의 위력이 신기하기도 하여 그것을 벗어 이리저리 뜯어보기도 했었다. ​ 당시 텔레비전 화면이 흐린 것은 낡은 기계 탓이므로, 어느 때고 화질이 조금 더 나빠진 때 즉각 바꾸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안경을 쓰고 보니까 화면이 그렇게 잘 보일 수가 없었다. 멀쩡한 재산을 버릴 뻔했다.. 반년 가까이 텔레비전 탓만 하며 흐릿한 화면을 보아온 나의 우매함은 그래서 그 끝이 유쾌했었다. ​ 그러나 요즘에 나타난 나의 무지는 그렇지 않다. 책을 볼 일이 많아졌고 모니터부터 켜야 되는 업무 앞에서 눈이 쉬이 피로해지기에 안경 탓을 했었다. 하지만 멀쩡한 안경이 아깝기도 하여 지금보다 조금.. 2025. 4. 29.
'후사함'과 사물함이 같다구? -휘준- 5분의 여유 '전철역까지 도보 5분' 이는 아파트 분양광고에 흔한 문구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내가 현재 사는 곳은 정말 5분 거리고 동네도 마음에 든다. 성인 남자의 빠른 걸음이긴 하지만 정직한 광고라고 볼 때 이 단지의 다른 선전도 믿게 했음은 물론이다.​ 내가 타는 전철은 8분 간격으로 다닌다. 전철역까지 버스를 타야 했던 동네에 살 때는 버스의 간격이나 속도를 종잡을 수 없어 미리 집을 나서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그 앞 전철을 탈 때도 많았으나 '도보 5분'의 거리에선 정확히 목표한 전철을 탈 수 있으므로 지금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선다. 아침시간에 5분의 여유, 이게 얼마나 좋았던지. 그러나 이내 게을러져 5분 거리를 3,4분에 주파하느라 거의 매일 뛰다시.. 2025.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