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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서 돈 벌기, 정말 될까? - 휘준 - ― 부업으로 시작한 글쓰기 이야기1. 글쓰기, 그저 취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글 써서 돈 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나 가능한 얘기일까. 출판사와 계약해서 인세를 받거나,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는 그런 전문 작가들이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자, 글은 일기 정도밖에 써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본 한 블로그 글이 계기가 되었다. “티스토리로 한 달에 20만 원 벌었어요!”라는 문장이 눈에 박혔다. 클릭했다. 글쓴이는 본인도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정해서 꾸준히 썼고, 그게 쌓이더니 수익으로 연결됐다는 이야기였다. 심장이 약간 두근거.. 2025. 3. 10.
구두 -계용묵- 구두 수선을 주었더니, 뒤축에다가 어지간히는 큰 징을 한 개씩 박아 놓았다. 보기가 흉해서 빼어 버리라고 하였더니, 그런 징이래야 한동안 신게 되구, 무엇이 어쩌구 하며 수다를 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그대로 신기는 신었으나, 점잖지 못하게 저벅저벅, 그 징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금속성 소리가 심히 귓맛에 역(逆)했다. 더욱이 시멘트 포도(鋪道)의 딴딴한 바닥에 부딪쳐 낼 때의 그 음향(音響)이란 정말 질색이었다. 또그닥 또그닥, 이건 흡사 사람은 아닌 말발굽 소리다.  어느 날 초으스름이었다.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창경원(昌慶苑) 곁담을 끼고 걸어 내려오노라니까, 앞에서 걸어가던 이십 내외의 어떤 한 젊은 여자가 이 이상히 또그닥거리는 구두 소리에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 또그닥 소리.. 2025. 3. 9.
(7) 나의 아버지는 탁구장 주인 -휘준- 고교 시절, 싸움꾼이 아닌 내가 주먹패들에게 기죽지 않고 학교에 다닌 것은 불량한 복장 덕분도 있었다. 교복 바지 대신 건빵 주머니가 달린 미군 전투복을 염색해서 입고 중고품 워커를 끌고 다녔는데 선생님께 몇 차례 걸려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엄마한테 워커도 괜찮다고 속이고 산 것이니 구두나 교복 바지 살 돈을 또 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활지도 선생님에게서 최후통첩이 왔다. ‘부모님을 모셔 올 것’    하루를 사흘처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학교 앞 탁구장 주인을 아버지로 꾀는 데 성공했다. 탁구장 주인 가짜 아버지가 교무실에서 어떻게 시간을 때우고 나왔는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단지 교무실에서 나온 그는 다시는 못 할 짓이라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갔었다. 그리고 복장 문제는 하복 입는 철이 .. 2025. 3. 8.
(6) 체육쌤 하마는 기발함에 지다 -휘준- 응답하라 1972, 검정 교복들이 우글거리는 Y고교 운동장. 뛰노는 아이들 중에는 죄수들이 섞여 있다. 두발단속에 걸려 까까중이 된 놈들이다.  그 시절, 얄개들에게 머리 스타일은 교모를 찢어 쓰거나 나팔바지를 늘이는 일보다 중요한 문제였으므로 빡빡머리가 되는 것은 크고 큰 걱정거리였다.    나는 교실 창가에서 까까중들을 측은히 쳐다보며 친구 따라 처음 간 교회를 생각했다. 검게 윤이 나는 피아노 의자를 노랗게 물들인 연주자의 스커트, 스커트에 어울린 노란 머리띠. 나는 노란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여학생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집에 온 후에도 그 노란색은 밥상 위에, 책꽂이 위에, 누우면 천장에서도 떠나질 않았다.  3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그녀의 환상이 떠났을 때, 교실엔 김치 냄새가 여기저기.. 2025. 3. 7.
(5) 그대 한번 만나요, 쭌 -휘준-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강 선수의 편지는 안 오고, 나에겐 운명이랄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중1 HR 시간에 손 한번 잘못 든 죄로 나를 수영반에 가두었던 학교. 그때 나는 물리반, 화학반 이런 공부동아리를 택했어야 했다. 학교는 고2 때 수영부가 해체될 때까지 운동짱들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엄마가 와서 빼가기도 했지만, 나의 엄마는 하늘에 계셨으니.    학교 대선배인 수영연맹 회장님이 박정희 정권에 찍혀 캐나다로 야반도주하셨고, 후원자가 없어지자 수영부는 코치봉급도 못 주게 되어 흩어졌다. 운동선수에서 자유인으로 풀린 고2 얄개 시절, 그 시절엔 공부 잘하는 애들도 학원엘 다니고 있음을 알았다.    나 같은 돌팍은 더 절실했으니 돈 없는 아버지를 졸라 학원비를 가슴에 품고 .. 2025. 3. 6.
(4) 모두들 나를 머저리처럼 쳐다보았어 -휘준- ㅎㅎ 웃었으니까, 제과점 가시죠?“저기 우리 오빠 오네요.”“이크, 물러갑니다. 근데 그대 내년에도 고교농구에 나오면 그땐 죽음입니당... 총총총”뒤도 안 돌아보고 물러섰던 며칠 후, 나는 망설이던 편지를 부치고 말았어. [편지] 3학년이라던 숙에게, ㅋㅋ 2학년이지? 이 편지, 학년을 몰라 농구부로 보내는 거구, 여자 이름으로 보내는 건 나으... 센스. 전달되면 행운이고, 차단되면 운명. 나 요즘 농구 열심히 해, 키 크고 싶어서. 우리 학교 코트는 아스팔트라서 비만 멎으면 바로 할 수 있거든. 선수들은 강당체육관에서 뛰고 우리는 땡볕에서 뻘뻘 대는데, 멤버들 모두 그대 팬이야. 숙, 그대 만난 후부터 키 커야 한다는 욕심에 뒤꿈치를 들고 다닌 날도 있었어. 난 2학년이니까 키 클 기회가 더 있고, .. 202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