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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 대신 정을 삽니다 -휘준- 요즘은 뭐든 비싸야 좋다고 합니다.명품 신발, 고급차, 한 끼에 몇 만 원짜리 오마카세.그걸 ‘플렉스’라고 부르더군요.돈을 시원하게 쓰는 것이 멋이라는 뜻이라던데,저는 요즘 그 반대입니다.지갑은 웬만하면 열지 않으려 애쓰고, 마음은 더 열어두려 노력하며 삽니다.그렇다고 제가 무조건 검소한 사람은 아닙니다.저도 한때는 회식 후 고깃집에서 계산서를 낼 때,괜히 허리 쭉 펴고 “내가 쏜다!” 하며 어깨에 바람 좀 넣어봤습니다.그 맛이 뭔지, 저도 다 압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돈은 쓰고 나면 아깝고, 정은 쓰고 나면 더 따뜻합니다.그래서 저는 이제"플렉스 대신 정을 삽니다."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했더니 아내가 빙긋이 웃습니다.“여보, 은퇴 직후 유튜브를 기웃거리더니, 이젠 블로그 하시게요?”말끝엔 .. 2025. 5. 15.
스승의 날, 선생님을 깔아 뭉개고 환호하던 얄개들 -휘준- 고교 시절, 우리들이 주로 다닌 소풍지는 서울 근교 왕릉이었다. 서오릉 동구릉 서삼릉... 임금님 묘 옆에서 야전 틀어놓고 트위스트와 알리.... 참 열심히들 놀았지. 흑백 사진을 보니 50년 전 기억들이 하나둘씩 살아난다그래, 그때 그 말타기. 국어선생님께서 말타기를 하는 우리를 보시더니"이눔들아, 나를 타봐라 안 무너진다." 웃통 벗고 엎드리신 국어선생님 옆으로 우리는 모자와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신났었지.지금 보니 그때 선생님의 허리가 이미 휘어있었는데, 키 제일 큰 장다리 철이가 세 번째로 타자마자 말은 짜부.선생님은 쓰러지며 발목을 다치셨고 열흘 넘게 절뚝거리셨다.우리들은 약국에서 안티푸라민을 사서 엽서와 함께 드렸는데, 사연은 공부 꼴찌인 내가 썼다."선생님, 보세요. 세 번째로 탄 장다리가.. 2025. 5. 14.
옛날 샌님이 살던 한양 목멱산(남산) -휘준- 목멱산(서울 남산)에 올라보다.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 정년을 맞은 사람도 자주 가보지 못한 산이다.안중근 추모 광장과 옛날 어린이 회관 건물, 육영수 여사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물.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다는 시구가 떠오른다.한양도성, 저 산등성이로 옛날엔 없던 멋진 성곽이 복원되어 있다.가을밤이 꽤 긴 계절엔 임 생각이 더욱 깊다는 노래머귀나무(박달나무)가 듬성듬성 내린 비에 남은 간장 다 썩노라아마도 박명한 인생은 나 혼자인가 하노라남산 공원에서 케이블카 기점으로 오르다가 돌아본 서울 전경, 남산에서 360도 서울 관측이 쉽다는 점.나 어렸을 땐 이런 계단이 없었고 흙길로 올랐는데, 그때가 더 좋았다.'바람난 호떡' 간판이 재밌어 한 컷!50여 년 전, 이 지점쯤 빵집에서 11살 위인 큰 .. 2025. 5. 13.
미쓰 송, 사진이 잡아낸 증거에 딱 걸렸음! -휘준- 저는 지점이 전국에 깔린 커다란 회사를 다녔습니다.신입 시절 본점 야유회를 갔는데. 유난히 음치였던 제게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주며 노래를 부르라는 겁니다.​그래서 더 음치인 척 왕창 찌그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한 곡조 뽑았죠. 모두 배꼽을 잡고 쓰러졌습니다.그런데 쓰러지지 않은 여직원 하나를 뒤늦게 발견한 겁니다. 누군가 내게 보내준 이 사진 때문에. 한 1년쯤 뒤 그때 사진을 누가 보내줬는데, 사회자도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던 폼이 담겼고 무대 앞 여직원들도 모두 킥킥대는데, 안 쓰러진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3년 선배 미쏭(미스 송)이라 불렸던 마산여고 출신 아가씨.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식으로 사진에 딱 걸린 거죠. 한 20년 만에 다시 만난 셈인데 참 반가웠습니다. 나이는 제.. 2025. 5. 12.
산정무한 -정비석- 다시 읽는 『산정무한』.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히 일렁인다.고등학교 국어 시간, 잊히지 않는 한 편의 글이 있었다. 정비석 선생님의 수필 『산정무한(山情無限)』이다.처음엔 제목부터 낯설었다. ‘산정’도, ‘무한’도 쉽게 다가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 말들이 지닌 결이 서서히 마음에 스민다. 글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더없이 꼭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필은 1941년, 정비석 선생이 금강산을 유람하며 남긴 기행문 중 한 대목이다. 『내금강 기행문』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연재되었고, 그 가운데 가장 깊이 있는 장면을 골라 엮은 것이 『산정무한』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났던 글은 원문 그대로는 아니었다. 여정의 시작부터 내금강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은 일부 생략되.. 2025. 5. 11.
<5> 소확행 속에 숨은 소비 습관 리셋법 2탄 -휘준- - ‘지름’과 ‘절약’ 사이에서 균형을 외치는 우리의 이야기 1. 행복의 사이즈는 작은데, 카드 결제는 왜 큰가?언젠가부터 우리는 행복의 기준을 ‘소확행’에 두기 시작했다.퇴근길 편의점 맥주 한 캔, 서랍 속 새 양말 한 켤레,냄새 좋은 디퓨저 하나. 이렇게 작고 확실한 기쁨이라더니, 웬걸.정신 차리고 보면 통장 잔고는 확실히 줄어들어 있다.소확행의 앞글자 ‘소(小)’는 물건의 크기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내 지출이 작다고 누가 그랬던가.하루에 커피 한 잔, 과자 한 봉지, 친구와 밥 한 끼만 해도 일주일이면 십만 원이 순삭이다.작은 즐거움들이 어느새 모여 큰 결제 금액이 되어 버렸다.행복은 소소한데, 왜 카드값은 박력 넘치게 청구되는 걸까? 이쯤에서 한숨 쉬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나는 이 악순환의 터.. 2025.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