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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확행 속에 숨은 소비 습관 리셋법 2탄 -휘준-

by 휘준쭌 2025. 5. 10.

- ‘지름’과 ‘절약’ 사이에서 균형을 외치는 우리의 이야기

확실한 행복을 찾아서
확실한 행복

 

1. 행복의 사이즈는 작은데, 카드 결제는 왜 큰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행복의 기준을 ‘소확행’에 두기 시작했다.

퇴근길 편의점 맥주 한 캔, 서랍 속 새 양말 한 켤레,

냄새 좋은 디퓨저 하나. 이렇게 작고 확실한 기쁨이라더니, 웬걸.

정신 차리고 보면 통장 잔고는 확실히 줄어들어 있다.


소확행의 앞글자 ‘소(小)’는 물건의 크기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내 지출이 작다고 누가 그랬던가.

하루에 커피 한 잔, 과자 한 봉지, 친구와 밥 한 끼만 해도 일주일이면 십만 원이 순삭이다.

작은 즐거움들이 어느새 모여 큰 결제 금액이 되어 버렸다.

행복은 소소한데, 왜 카드값은 박력 넘치게 청구되는 걸까?

 

이쯤에서 한숨 쉬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이 악순환의 터널을 걷다가 반성문을 쓰듯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고, 거기서 의외의 진실을 발견했다.

 

내가 소확행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자주, 얼마나 무심하게 돈을 쓰고 있었는지를.
진정한 소확행은 통장까지 평화로운 상태에서 오는 거라며,

나는 소비 습관을 조용히 리셋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2. ‘나를 위한 선물’이 진짜 나를 위한 게 맞을까?

“오늘 하루 고생했으니까 나에게 주는 선물”
이 말을 가장 자주 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지칠 때마다 나에게 상을 주고, 뭔가 마음에 들면 또 주고, 그냥 날씨가 좋을 때도 기분 삼아 준다.

그러다 보면 내 하루는 셀프 시상식이 된다.

‘나를 위한 선물’이라는 말은 사실 너무 달콤해서, 거절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선물들이 정말 ‘나’를 위한 걸까?

며칠 전, 옷장 정리를 하다가 라벨도 떼지 않은 T셔스를 발견했다.

 

분명히 "이건 입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라고 외치며 샀던 그 셔스. 정작 입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내 기분을 위해 샀지만, 그 기분은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른 순간 지나가 버렸던 것이다.
기분 전환용 소비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소비가 진짜로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단지 스트레스를 감추는 포장지였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무언가 사고 싶을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이 소비는 나를 달래주는가, 아니면 나를 위장하는가?”
이 질문 하나로, 소비의 반은 줄었다. 나를 위한 진짜 선물은 꼭 쇼핑백에 담겨야만 하는 건 아니더라.


3. '있는 걸 잘 쓰는 능력'은 최고의 미덕이다

한 달 새로 산 것들을 보면, 내가 마치 패션 유튜버라도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새로 출시된 텀블러, 손에 착 감기는 펜까지. 하지만 정작 예전에 사놓고 잊은 물건들은 서랍 속에 먼지를 쓰고 있다.
이제는 새로 사는 것보다 ‘이미 있는 걸 잘 쓰는 능력’이 진짜 실용적인 미덕이라고 믿는다.

 

어느 날, 마음을 다잡고 ‘내 방 장보기’를 시작했다. 책상 서랍, 옷장, 욕실 수납장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숨겨진 보물들을 찾는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3년 전 사 놓고 잊은 반도 안 쓴 노트 3권, 유통기한이 멀쩡한 티백 세트까지.


내가 찾은 보물들은 하나같이 멀쩡했고, 게다가 무료였다! 나는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으로 며칠을 신나게 지냈다.

우리는 종종 **"없어서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있지만 몰라서 또 산다"**가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 생활 반경 안에 쓸 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된 순간, 쇼핑은 필요에서 하는 일이 아닌,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4. 마음은 플렉스, 통장은 세이브: 나만의 기준 세우기

"가끔은 플렉스도 필요하지!"
맞다. 하지만 그 ‘가끔’이 매일이 되면 그건 플렉스가 아니라 무계획한 소비일 뿐이다.

중요한 건 ‘내가 기꺼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즐기는 것이다.


나는 요즘 ‘플렉스 예산’을 따로 만든다. 매달 5만 원, 이 안에서 마음껏 기분 내기로 했다.

누군가는 적다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이게 딱 좋다. 이 예산이 주는 안정감은 꽤 크다.


뭐든 ‘기준’을 세우면 습관이 된다. 플렉스도 기준 안에 들어오면 ‘자기관리’의 일부가 된다.

또 하나, ‘소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돈을 쓴 내역과 그때의 기분을 짧게 적는다.

“사탕 1,200원 / 갑자기 당 떨어진 것 같아서.”
“꽃다발 8,000원 / 그냥 오늘 예뻐 보였음.”
이렇게 쓰다 보면 소비의 패턴이 보인다.

 

나를 지갑 열게 만드는 감정들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감정과 소비를 연결해서 이해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소비도 훨씬 똑똑해진다.


소확행의 진짜 조건

진짜 소확행은, 기쁨을 당기고 후회를 밀어내는 삶에서 온다.

한순간의 만족보다 오래가는 평온함, 바로 그게 우리가 바라는 진짜 행복 아닐까?


내 지갑을 아껴주는 것이 곧 나 자신을 아끼는 일이란 걸, 나이가 들수록 절실히 느낀다.

소확행을 사랑하되, 지혜롭게. 작지만 단단한 행복, 오늘도 균형을 지키는 당신의 하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