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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 숨은 한 줄기 쉼 : 용연계곡의 오후 -휘준- 도심 한복판에 숨은 한 줄기 쉼 제주 여행은 늘 바깥으로 향한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거나, 산굽이마다 숨어 있는 감성 카페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가끔은, 그 바깥에서 너무 멀리 돌아 나와, 정작 안쪽 풍경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가 제주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제주도는 살며시 귓가에 속삭인다. “아직 날 다 안게 아닌 거야.”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용연계곡이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도심 안에 그런 ‘계곡’이 있다는 말에 선뜻 상상이 가지 않았다. ‘용두암 근처에 있는 물가겠지’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건 물가 정도가 아니라 도심 속에 통째로 숨겨진 또 다른 제주였다. 입구는 무심하게 열려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를 리 없건만, 모두 바삐 걸음.. 2025. 7. 11.
도심 속의 제주목 관아 & 관덕정이 주는 느린 오후 -휘준- 제주에서 여행 중, 하루쯤은 무계획으로 보내고 싶었다. 맛집 리스트도 없이, 지도도 접어두고, 발이 닿는 대로 걷고 싶었다. 그런 날이었다.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며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나섰는데, 눈앞에 느닷없이 조선이 나타났다. 유리벽 건물과 버스, 전동킥보드가 오가는 제주시 구도심 한가운데, 담벼락 하나 넘어 펼쳐진 풍경은 마치 시간의 문이 열린 것처럼 고요했다. “제주목 관아.” 살며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곳이 조선시대 제주 도민의 삶을 지켜보던 행정 중심지라는 걸 알게 됐다. 그저 “관청 유적지겠지” 하며 가볍게 들른 공간이었는데, 막상 마당에 들어서니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주변의 차소리, 사람들의 대화가 마치 저 멀리 물가 너머처럼 들린다. 기와지붕 아래로 햇살이 조용히 내려앉고.. 2025. 7. 10.
제주도 일주일 여행이라면 꼭 들러야 할 10곳 -휘준- 한라산 국립공원 – 영실코스 or 어리목코스한라산 정상을 오르지 않더라도, 중산간 숲길만 걸어도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습니다.추천 시기: 봄꽃, 가을 단풍, 겨울 눈꽃 모두 명장면!소요 시간: 왕복 2~3시간이면 충분한 숲길 산책 가능성산일출봉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 제주 동쪽의 대표 명소일출이 가장 유명하지만, 낮에 올라가도 풍경이 일품입니다.근처 볼거리: 섭지코지, 광치기 해변, 우도 선착장우도 (소요 반나절~하루)배로 15분 거리, 제주의 축소판이자 독립된 매력의 섬우도 8경을 자전거·스쿠터로 돌아보세요.먹거리: 땅콩 아이스크림, 우도 땅콩막걸리, 해물짜장협재 해수욕장 & 비양도제주의 푸른 바다와 에메랄드빛 얕은 수심이 예쁜 곳비양도는 배로 15분, 올레길 걷기에 좋고 인적도 드뭅니다.근처 추천.. 2025. 7. 9.
소금꽃과 전나무 길 : 부안에서 찍고 쉰 하루 -휘준- 부안은 내가 별생각 없이 떠났다가, 별생각이 많아져서 돌아온 동네다. 처음엔 그저 ‘사진 잘 나오는 절’과 ‘염전’ 정도로 알고 갔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인스타 감성 맛집이고, 곰소염전은 석양 명소라고 하니, 사진 한 장쯤은 건질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그 하루가 나를 흔들 줄이야. 어디선가 묵은 숨을 푹 내쉬게 만들고, 오래된 나무와 바람, 소금기 어린 햇살이 같이 앉아서 속삭이던 풍경들. 카메라보다 마음을 들이댄 날이었다. 서울에서 새벽같이 출발해 부안으로 향했다. 전북 끝자락, 곰소항 근처의 정겨운 바다 마을.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반. 아직 햇빛은 부드럽고, 숲길은 조용했다. 내소사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사람보다 새소리가 먼저 반겼다. 걷자마자 “아, 이래서 오는구나” 싶었다... 2025. 7. 8.
졸업 50주년 사은회에서 나를 알아보신 선생님 -휘준- 25.02.21. 보돌미역에서 사은회 열렸던 거 기억들 하시죠? 거기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신문 가십난에 실릴 만도 한,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일이에요. 사진 대충 찍고 한 쪽에 앉아 한잔하고 있는데(사진병은 짬짬이 찾아먹지 않으면 국물도 없음), 홍성대 군이 등을 두드리며 “선생님이 너 찾으신다.” “오잉, 나를 아는 선생님이 계시다고?” 선생님 쪽을 보니 하마선생님이 이쪽을 보고 손바닥을 보였습니다. '네 눔이 맞다'는 뜻이었죠. 아니 제가 선생님을 길에서 알아 뵈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선생님이 거꾸로 학생을 알아보는 일은 ‘세상에 없다’가 정상 아닙니까? 거기다가 저도 70 노인인데 고삐리 때 얼굴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성대도 .. 2025. 7. 7.
윤여선의 土曜斷想: 주윤발이라는 인간 ========={제 191회}======== (2025.07.05.)홍콩 영화배우 '주윤발(周潤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 홍콩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홍콩 세관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자주 했는데, 어느 자리에선가 주윤발이 화제에 올랐던 것이지요. 그의 이름이 떠오르자 그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광동어(廣東語) 발음으로 '짜우연팟' 을 연호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인기 영화배우로서 돈을 많이 벌었음에도 겸손하고 본받을만한 생활 자세로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당시 삼십 대 중반 밖에 안 된 영화배우를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홍콩 사람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그때.. 2025.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