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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명수필

윤여선의 土曜斷想: 주윤발이라는 인간

by 휘준쭌 2025. 7. 6.

========={제 191회}========

                (2025.07.05.)

영화배우들
영화배우들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周潤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꽤 오래전, 홍콩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 때였습니다. 홍콩 세관 직원들과 어울려 식사를 자주 했는데, 어느 자리에선가 주윤발이 화제에 올랐던 것이지요.

 

그의 이름이 떠오르자 그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광동어(廣東語) 발음으로 '짜우연팟' 을 연호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인기 영화배우로서 돈을 많이 벌었음에도 겸손하고 본받을만한 생활 자세로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당시 삼십 대 중반 밖에 안 된 영화배우를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홍콩 사람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그때 일을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읽은 한 인터넷 기사가 예전 홍콩에서의 기억을 되살려 주었지요. 그 기사는 주윤발이 1조 원 가까운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생 모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모두 사회에 돌려주고, 살고 있던 저택도 정리한 다음, 다시 소박한 삶으로 돌아왔다는 것이지요.

 

그가 기자들 앞에서 했다는 말도 감동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건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 근심과 걱정 없이 인생을 사는 것이다. 돈은 잠시 맡아두는 것일 뿐, 결국 세상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다. 삶에서 필요한 것은 세끼의 밥과 작은 침대 하나다"

 

전 재산을 환원한 후에, 아내와 함께 원룸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고, 아내에게서 용돈을 타 쓰는 등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오래전부터 해 온, 길거리의 주인 없는 개들을 유기견 보호소에 직접 데려다주는 봉사활동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955년에 홍콩에서 태어나 올해로써 70세가 되는 주윤발은, 어렸을 적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계가 무척 어려워져, 다니던 중학교를 중퇴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점 점원과 우편배달부, 구두닦이, 사무 보조, 호텔 웨이터, 카메라 세일즈맨, 택시 운전사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갖 잡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연극에 처음 출연한 것이 1972년, 17세 때였고, 많은 단역 배우를 거쳐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돌게 된 것은 '오우삼(吳宇森)' 감독의 <영웅본색(英雄本色>에 캐스팅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홍콩 영화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 이후에도 <와호장룡(臥虎藏龍)> 등 후속 영화에 그를 계속 캐스팅했습니다.

 

오우삼 감독이 주윤발을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가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내용의 신문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에 와서 잃어버린 의협과 기사도다운 풍모'가 오우삼 감독으로 하여금 그를 캐스팅하고, 계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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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한 사람의 홍콩의 배우에 대해 이토록 길게 쓴 이유는, 그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의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불우하게 태어나 가난 때문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온몸으로 헤쳐 나왔던 사람에게는 아마도 '부(富)'가 삶의 지상 목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온갖 노력으로 마침내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당연히 지난 세월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세상에서의 최고의 향락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주윤발은 그러지 않고, 다시 평범한 삶 속으로 돌아와 살고 있는 것입니다. 원룸에서 소박하게 살며 대중교통을 즐겨 이용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값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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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자기 과시의 유혹을 받는 때가 많습니다. 비싸고 넓은 아파트, 럭셔리한 최고급 승용차, 사회 상류층과의 교유(交遊) 등, 한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높여주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물질적인 여유이겠지요. 부와 명예를 두루 갖춘 사람에게는 이러한 신분의 상승과 삶의 패턴의 변화가 오히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허식(虛飾)을 외면한 채, 가진 것 모두를 제 자리에 돌려주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주윤발이라는 한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의 이러한 변화는, 물질적인 소유의 크고 작음만으로 세상에서의 가치를 판단히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필요 이상의 소유가 때로는 거추장스러울 수 있고, 인간을 타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유를 한 순간에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배우 주윤발에 대해 전부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 내용이 어느 정도 정확한지 확인할 수도 없지요.

다만, 오래전 그에 대해 들었던 아름다운 평가가 오늘날 사실로서 다시 확인됐다는 데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