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3 당신, 30초만 돌아보셔 -휘준- © mayurgala, 출처 Unsplash '당신, 딱 걸렸어!'나이가 들면서 넓어지는 아내의 상식 중엔 이런저런 모임의 아줌마들 수다에서 얻는 것이 많으리라.그리고 그런 경우를 자기에게 대비시켜 보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출근하려는 내게 아내는 눈썹을 추키며 물었다."당신, 공일공 삼삼사오가 누구야?"밤새 내 핸드폰을 뒤진 모양이다. 비가 오는 저녁, 국화차 향기가 좋네요.이거는 또 누꼬? 친구들한테 배운 대로 척척 들어맞네.반말투로 보아,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한 것이다.나는 가끔 컴퓨터에 관한 질문 때문에 여류 동호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받는다.문자로 전화걸기 적당한 시간을 묻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그냥 재미로 치는 경우도 있다.그러나 어떤 땐 발신 번호가 일부만 찍히기도 한다.그.. 2025. 3. 27. (15) 그땐 우리도 우리가 한심했다 -휘준- 고2 얄개시절, 그러니까 50여 년 전, 우리가 저지른 일 중에 범죄인 줄 알고 저지른 일이 딱 하나 있다.정말 장난으로 말해본 거였는데 그 말을 들은 두 친구가 착 달라붙는 바람에 우리의 모의는 급속히 합의됐다. 셋이서 시험지를 훔치기로 한 것이다. 시험기간 중엔 교실에 남아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많았는데, 밤이 이슥해지면서 불 켜진 교실이 몇 남지 않았을 때 우리는 비장한 마음으로 2층 교무실을 털었다. 그것은 타이거마스크의 박달 몽둥이 때문이다. 그는 수학선생이지만 마스크를 안 써도 반칙왕 같이 생긴 남자인데 시험문제 하나 틀리는데 무조건 한 대씩 때렸다. 다른 애들은 몇 개 틀렸나를 걱정했지만 선수생활 때문에 수업을 자주 빼먹은 나는 몇 개 맞을까가 궁금한 처지였다. 그러니 몽둥이 앞에 도둑질인들 .. 2025. 3. 26. (14) 오필이와 하재억과 유실영 어머니와 나의 엄마 -휘준-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모인 반창회에서 오필이 군을 만났다.약 50년 만의 만남인데 퍼뜩 떠오른 추억은 고1 때 운동회다. 반의 체육부장으로서 출전 선수 명단을 짜고 있던 내가 필이에게 “너 단거리 빠르던데 100미터 좀 뛰어주라.” 했더니, 엄마한테 물어보고 답은 내일 주겠단다. “야 난 5천 미터도 물어보지 않고 뛰는데, 그거 잠깐 뛰는 걸 무슨 엄마한테 물어보냐?”"야 너, 100미터 달리기 선수 좀 해 줘라.""안돼, 엄마한테 물어보구.""나는 5000미터도 물어보지 않고 뛰는데, 뭘 그런 것까지 엄마한테 허락받냐?""아냐, 난 물어봐야 돼!" 이게 고교 1학년들의 대화로 보일까?선수 명단 제출 기한이 당일이어서 "쪼다새끼" 하며 빼버렸던 필이에게 그때 답변이 왜 그랬냐고 물었다.할아버지가 된 .. 2025. 3. 25. (13) 짜장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뺑코 -휘준- 짜장면과 나무젓가락 그리고 뺑코 어려서나 어른이 되어서나 중국집에서 "짜장면"하고 시켜야 짜장 맛이 나지 '자장면'은 영 아니다. 표준말이 ‘자장면’이래서 못마땅했지만 몇 해 전인가 ‘짜장면’도 표준어로 등록이 됐단다. 고교 입학식 날인가. 친구들과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 이전에도 중국집에 갔었겠지만 그 때가 첫 기억마냥 남아있는 것은 강렬한 추억 한 컷 때문이다. 흑백 사진처럼 바랜 추억 가운데 강렬히 남아있는 장면은 나무젓가락 비비기다. 그 시절 젓가락의 품질이 좋지 않아서 제품 모서리에 나무 보푸라기가 몇씩 있었고 그냥 먹다간 입술이 찔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뺑코가 나무젓가락을 받자마자 그것을 둘로 떼어내더니 손바닥 사이에 모으고 그것들끼리 마구 비볐다. 우리가 하나씩 뜯고 있는 보푸라기를.. 2025. 3. 24. 수필 -피천득- 수필은 청자연적이다.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수필은 가로수에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수필은 청춘의 글이 아니요,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화 우미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 빛이다.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 2025. 3. 23. 입춘대길의 '春'.....봄 '춘'자라고? -휘준- © deDaisy, 출처올해 우리 절기 입춘일은 2월 3일이었죠?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절기로 24 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 뿌리를 캐어 지역마다 갖가지 방식으로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곤 했답니다.입춘 날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눈·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 이것은 우리 조상님들이 믿어왔으니 우리는 그냥 따르는 게 효孝인 줄 알고 지냈고,이 속설에 맞서 대문에 붙여온 문구가 立春大吉입니다.입춘대길의 ‘春’이 봄‘춘’ 자일 까요? / 휘준아닙니다. 일상에 쓰이는 말속에 진리가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설날을 명절이라고 부릅니다.명절(明節)을 한글로 쓰면 '밝은 절기’ 맞죠? 밝은 절기, 설날은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날로 .. 2025. 3. 22.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