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얘기는 제목도 있는데 '고1 때의 학문 수준'입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이상했던 건 중학 때보다 교실이 좀 시끄럽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년 초엔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조용해야 맞지 않습니까?
며칠 지나서야 우리 반이 우수반의 반대쪽 돌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시험을 잘 보는 수밖에 없었지요. 학기말 고사 생물 시간이었습니다.
아는 것부터 쓰고 모르는 건 나중에 고민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는 게 깜빡 생각 안 날 때처럼 억울할 때가 없죠.
마지막까지 끌어안고 있던 문제의 답은 '항문'이었습니다.
한 문제라도 더 맞추겠다고 머리를 쥐어짜고 또 짜다가 종소리와 함께 '똥구멍'이라 쓰고 나왔습니다.
빈칸으로 놔둘 수는 없잖아요.
답안지가 걷히고 친구들의 웅성거림에서 정답이 '항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고, 비엉-신' 아는 걸 틀린 듯이 교무실로 찾아갔습니다.
한 문제가 어딥니까.
"선생님! '똥구멍'도 맞게 해 주세요. '항문'은 한자어지만 '똥구멍'은 우리말이잖아요."
전 그때부터 시인의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순우리말이 왜 틀리냐는 주장에 선생님은 졌습니다.
'똥구멍'까지 맞게 해 주마고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꽁치가 자기도 맞게 해달라고 내민 답이 '똥구녕'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건 사투리라서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꽁치는 생물시험이지 국어시험이 아니지 않으냐고 우겼습니다.
우와, 대단한 꽁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소문이 다른 반까지 퍼지자 엉뚱한 놈 하나가 또 교무실로 갔습니다.
자기도 맞게 해달라고. 그러다간 내 것도 틀리게 하실까 그를 말렸는데, 그 돌팍이 쓴 답은 이래서 놀랐습니다.
'배설구'(당시로선 틀리고도 영웅을 만든 엄청난 유식어)
선생님께서는 1주일가량을 똥구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웃음을 참으려는 연숙 선수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
결국은 다 틀리게 하고 '항문'과 '똥구멍'만 맞게 해 주셨습니다..
똥구멍의 승리죠(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런데 또 한 명은 가서 사정도 못 해보고 끙끙대던 놈이 있었습니다.
그놈은 국사 시험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을 '소방정'이라고 써놓고,
같은 사람이니 맞게 해달라고 조르다가 얻어터진 과거가 있는 녀석입니다.
그 친구가 쓴 답은 이랬습니다.
'학문'
우리 수준에 '항문'이 어려운 단어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동음어 학문에 가슴 태우던 그 시절 그때가 그립습니다.
웃기죠? ㅎㅎ 웃었으니까, 제과점에 가시죠?
https://youtu.be/xZ4XXdVvJoI?si=ByRwTUbnrXaozD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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