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때 함께 운동하던 후배가 죽었다. 술을 좋아했으니, 술 때문에 노환이 일찍 온 것이리라. 벌써 별세라니 참으로 애석하다.
이렇게 일찍 갈 줄은 꿈에도 모르고, 송년회 날짜를 잡다가 사망 소식을 들었다.
어찌해서 우리에겐 부고가 닿지 않았을까? 이승을 떠날 준비도 못 하고 황망히 떠나간 사람. 송년회에 가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겠지. 언제나 씩 웃으며 나타날 것 같은데,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니 허망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1년 후배지만 그와 나는 중학 3년 동안 교복과 교모가 달랐다. 그의 교복엔 백선이 없었으며, 내 교모엔 학교 표시가 있었지만 그의 모자엔 中 자만 있었다. 알량한 중학 평준화 때문이다.
그러니까그러니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학년 이상은 각자 학교 표식이 있는 교모를 쓰고 다녔지만, 우리 학년 밑의 중학생들은 이 학교 저 학교 모두 똑같은 교모를 쓰고 다녔다. 우리는 입학시험을 거쳤고, 그들은 뺑뺑이로 학교를 배정받은 결과였다. 그런다고 평준화가 이루어졌을까?
그는 수영선수에겐 금물인 담배를 중3 때부터 피웠단다. 껄렁패들과 사귀려면 담배는 나눠야 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어찌 운동을 잘할 수 있었겠나. 무슨 클럽에 가입해서 의리에 살겠다고 껄렁대기도 했으니 그때부터 샛길로 들어섰다고 봐야 한다.
그는 잠시 주먹세계에 살고자 하기도 했고, 군대도 해병대를 나왔다. 그래도 선배들에게 대들거나 후배들에게 위압적이진 않았고 마음은 고왔다. 그의 동기 '오시락'눔은 못된 성격으로 선후배들에게 돌림 당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술을 좋아했지만 술주정 한 번 없었던 착한 심성이 기억난다.

** 모임 공지를 문자로 보내면 문자 답변 대신 전화가 온다.
"형, 저 참석합니다."
"문자로 'ok'하면 되는데 전화까지 했네?"
"제가 문자 보내기를 못하거든요."
"오잉? 야 그거, 딸내미한테 1분이면 배운다."
“에이 지금 나이에 뭘 배운다는 게.....”
"여태 문자도 모르고 늙었다니 너도 참 너답다."
"아, 이래서 형 목소리도 듣고 하는 거죠, ㅎㅎㅎ"
전화 통화가 훨씬 정겨운 건 사실이지만 불편할 때도 있다는 걸 모르는 소리다. 묻고 답하는데 때론 문자메시지가 간편하고 시간 낭비가 없다. 근데 그걸 모르는 듯했다.
하긴 평생 노가다를 다닐 줄 알았더라면 목수나 미장일을 배웠을 텐데, 그것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 간 것이 안타깝다. 이제 그는 갔다. 분명히 저세상 사람이다. 먼저 떠난 형들(아샤물개 조오련, 노창수, 권구환, 김종구)을 만나면 여기 안부도 전하라. 심성 하난 고왔던 친구,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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