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부른다며 아내가 아침 일찍 나가버린 날, 이런 아침이 흔치 않아 새로 사 온 sttepper도 해보고 설거지까지 했다. 설거지 해치우기는 아내의 칭찬을 듣는데 가장 확실한 일감인데, 세제를 약간만 쓰는 그릇 닦기는 나의 특기이다.
9시에 문 여는 도서관에 가려고 가방을 메며 핸드폰을 찾는데 없다. 내 방에 없으면 거실엔 분명히 있던 핸드폰이 오리무중이다. 내 방을 한 번 더 뒤지고 거실의 소파 밑까지 훑어도 없다. 주방에도 없다.
혹시 화장실에? 없다. 나가야 하는 시간이 지나가자 슬슬 초조해진다. 배터리 잔량도 모르고, 진동으로 해놓은 폰이라 못 찾으면 난감한 일이 벌어진다. 두 식구 사는 집이라 아내 폰으로 찾아야 하는데, 오늘은 아내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밖엔 비가 오는데 우산 없이 나갈 수는 있어도 핸드폰 없이는 나갈 수가 없는 처지. 도서관 회원증도 핸드폰에 들어있고 면허증도 거기 있으니 집에서 꼼짝 마라다. 그냥 나간 사이 벨이 울리면, 폰이 혼자 울리다 방전되면 어쩌지?
이대로 저녁까지 가면 방전될 것이다. 그러면 아주 오랫동안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침대의 이불도 개어보고 벽면과의 사이도 확인하려 침대까지 옮겨본다. 안방까지 봐도 없다.
난감한 마음에 식탁 빈 의자에 주저앉는다. 어젯밤에 전철에 놓고 내린 건 아닐까? 별생각이 다 드는데 앗? 반가운 소리!
잉~ 잉~ 진동소리가 들린다. 왔다? 누군가 내게 전화를 건 것이다. 귀를 쫑긋 세우니 분명히 소파 쪽이다.
그런데 쉽게 보이지가 않는다. 아뿔싸 소파 쿠션과 칸막이 사이에 세로로 끼여있으니 벨이 울리기 전엔 찾을 수가 없는 위치다. 아무튼 감사해서 누군가 봤더니 사기꾼의 전화였다.
요즘 사기 전화가 부쩍 늘었다. 로또 1등 번호를 알려드립니다. 익일 상한가 가는 주식을 짚어드립니다. 이런 전화 주는 사람들을 나는 사기꾼이라 부른다. 낮잠을 자거나 골몰한 때 전화를 걸어와 분위기도 깨는 악당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전화기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했다.
"어휴 사기꾼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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