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을 쓰는 이유를 묻는 일
글을 쓴다는 건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그 생각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모른다면 글은 금세 흐려지고 만다. 그래서 글을 잘 쓰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는 흔히 '독자 설정'을 이야기한다. 누구에게 말을 걸 것인지를 정하는 일. 이건 마치 카페에서 친구에게 할 얘기와 회사 상사에게 할 얘기를 구분하는 것처럼 너무도 기본적인 감각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그 기본을 자주 잊는다. 독자를 정하는 건, 글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다음은? 독자를 정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말할지', '왜 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바로 목적의 명확화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이유 없이 글을 쓰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어떤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혹은 내 마음을 털어놓기 위해 글을 쓴다. 그런데 정작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목적을 흐릿하게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다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처음의 열정이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 글은 점점 무거워지고, 길을 잃는다. 마치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이리저리 떠돌다 보면 어디엔가 도착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원래 가려던 곳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2. 목적이 만들어내는 글의 뼈대
글을 쓸 때 목적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단지 주제를 정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를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글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하려는 것인지, 환경 정책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인지, 혹은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것인지에 따라 글의 톤, 구조,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재료로 국을 끓일 수도 있고 찌개를 만들 수도 있는 것처럼, 목적에 따라 같은 주제도 전혀 다른 글이 된다. 이 목적은 글의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문장을 짧게 가져가야 할지, 비유를 써야 할지, 구체적인 예시를 넣을지 말지, 이런 세세한 선택들 모두가 글쓰기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
나는 예전에 친구에게 ‘자기 계발서’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20대 직장인 대상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었고, 독자층이 뚜렷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성장’, ‘목표’, ‘동기부여’—이런 단어들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물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 읽고 나서 뭘 하게 만들고 싶어?” 그 질문이 모든 걸 바꿨다. 친구는 “좀 힘들더라도 다시 한번 해볼 용기를 주는 글이면 좋겠어”라고 답했고, 그 순간 나는 무엇을 써야 할지 명확해졌다. 목적이 정해지자 문장도 살아났다. 글이 가야 할 방향이 보였고, 표현도 정리되기 시작했다.
글의 구조도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설득을 위한 글이라면 논리를 하나씩 쌓아 올려야 한다. 주장과 근거, 반박과 예시가 차곡차곡 정리되어야 독자가 신뢰를 느낀다. 반면, 감동을 주고 싶다면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풀어야 한다. 누군가의 경험이나 감정을 따라가며 공감의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 글의 목적은 결국 독자의 '반응'을 설정하는 일이다. 글을 통해 독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글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목적이 뚜렷할수록 그 시도는 더욱 명확해지고, 설득력도 커진다.
3. 문장은 목적을 따라 흐른다
문장의 스타일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목적이 다르면 단어의 선택이 달라진다. 정보를 전달할 때는 중립적이고 명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때로는 시적인 문장이나 감성적인 표현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독자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싶다면 문장은 리듬을 타야 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도 유려해야 한다. 목적에 따라 단어가 무기가 되기도 하고, 다리가 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문장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들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무엇을 위해’ 쓰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오히려 과감하게 덜어낼 수 있다. 목적은 글을 다듬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산만한 문장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필요 없는 꾸밈을 걷어낼 수 있는 힘. 그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 목적을 분명히 할 때 자연스럽게 생긴다. 결국 글쓰기란 목적을 향한 문장의 줄다리기다. 어느 한쪽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계속 중심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4. 결말은 글의 목적을 완성하는 자리
마지막으로, 결말은 글쓰기 목적의 완성이다. 글을 읽은 뒤 독자의 머릿속에 남는 한 문장, 한 장면, 한 느낌—그것이 바로 글의 목적이 독자에게 닿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때로는 마지막 한 문장이 글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 말을 남기는 일이다. 그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글의 시작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는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이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이미 글의 절반은 완성된 셈이다. 목적이 분명한 글은 흐르듯 자연스럽게 써진다. 어떤 문장을 고를지, 어떤 구조로 짤지, 어디서 감정을 담을지—모든 게 한 방향을 향하게 되니까. 목적 없는 글은 독자도 길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목적이 뚜렷한 글은, 독자의 마음속에 길을 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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