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글을 잘 쓰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휘준-

글을 잘 쓰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1 단락: 표현하지 못한 나, 답답함이 감싼 나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길러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자존감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오해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받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잃는다. 마음속에 분명한 생각과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말로 풀어내지 못할 때, 표현의 벽에 부딪힐 때, 우리는 자신을 작게 느낀다. 특히 타인에게 오해받았을 때 “그게 아닌데…”라는 속마음을 품은 채 침묵해야 하는 순간, 우리 안의 자존감은 조용히 무너진다. 이처럼 자존감은 표현의 실패에서 상처받고,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글쓰기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키우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 나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자 성장이 된다.

2 단락: 글을 쓰는 순간, 나를 듣게 된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독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무거울 때, 종이에 혹은 키보드 위에 단어들을 하나씩 옮겨보면 그 감정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난다. “내가 지금 왜 이렇게 힘들지?”, “정확히 어떤 감정이지?”, “무엇이 날 이렇게 불편하게 했을까?” 같은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 곧 글쓰기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내면에 귀 기울이게 되고, 단어로 감정을 붙잡아 가면서 비로소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지 표현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건 곧 자신을 존중하는 시간이며, 나의 감정과 생각을 ‘존재해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내면의 목소리는 점점 또렷해지고, 자신에 대한 신뢰는 깊어진다.

3 단락: 누군가에게 닿는 글, 나를 다시 보게 하는 경험

글쓰기의 힘은 혼자 쓰는 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정말 공감돼요”,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읽고 나서 위로받았어요”라고 말해줄 때, 우리는 그 말속에서 뜻밖의 감정을 마주한다. 바로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기쁨’, 그리고 그로 인해 얻는 작은 확신이다. 그 확신은 단순히 ‘글을 잘 썼다’는 칭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 감정이, 내 생각이,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될 수 있었구나’ 하는 존재감의 확인에서 오는 감동이다. 이것은 자존감에 있어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내가 가진 감정과 경험이 무가치하지 않았다는 것, 나라는 사람이 가진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 그 경험은 내가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스스로를 더 인정하게 해 준다.

4 단락: 자존감은 성취보다 ‘존재’에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자존감을 성취에서 찾으려 한다. 더 많은 일을 해내고, 더 큰 목표를 이루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무엇을 가질 때야 비로소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존감은 반드시 거창한 결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에 더 단단하게 자란다. 글쓰기는 그런 과정에 매우 적합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며 쓴 짧은 글, 내가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글,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는 힘이 된다. “이 정도면 괜찮아”,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어”라는 작지만 따뜻한 확신이 글을 통해 생겨난다. 이는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우는 일이자, 나를 사랑하는 방식의 하나다. 자존감은 비교가 아니라 이해에서 자란다. 그리고 글은 나를 이해하는 데 최고의 도구다.

5 단락: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평가하고 비교한다. SNS의 화려한 일상들, 타인의 성취, 빠른 속도의 사회.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흔들린다. 하지만 글쓰기를 습관처럼 이어가는 사람은 그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글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시간이다. 세상이 뭐라고 말하든, 그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내 감각, 내 생각, 내 언어에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그 집중 속에서 우리는 다시 자신을 회복하고, 한결 단단해진다. 글을 쓰는 사람은 흔들릴 수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언제든 글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통로이자, 자기 자신을 끌어안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렇게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삶을 살든 흔들림 없이 자신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