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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부 쪼끔

[3] 글쓰기 기술, 셋째 주제의 구체화 -휘준-

by 휘준창 2025. 4. 16.

이제 글쓰기의 네 가지 핵심을 정리해 보면

  1. 독자 설정 – 누구에게 쓰는가
  2. 목적 명확화 – 왜 쓰는가
  3. 주제의 구체화 – 무엇을 말할 것인가
  4. 구조 설계 –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아이디어의 구체화
아이디어의 구체화

1. 글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건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 무언가는 정보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어떤 주장을 담은 메시지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자신이 왜 이 글을 쓰고 있는지 흐릿해질 때가 많다. 문장 하나하나는 괜찮은데, 글 전체를 보면 어딘가 흐트러져 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건 바로 **‘목적’**이다. 이 글을 왜 쓰는가? 무엇을 전달하려는가? 독자가 이 글을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갖기를 바라는가?

내가 대학 시절 첫 에세이를 쓸 때의 일이다. 그 글은 나름의 진심이 담겨 있었고, 표현도 공들였지만, 교수님의 피드백은 한마디였다. “좋은 글인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쓰고 있었지만, 정작 ‘왜’ 쓰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글을 쓸 때마다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글은 왜 쓰는가?” 때론 그 질문에 답하는 데 하루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하루가 있어야 글 전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


2. 목적이 정리되면 글의 방향이 잡힌다

글의 목적이 명확하면 방향이 생긴다. 방향이 생기면 불필요한 이야기를 덜어낼 수 있다. 글을 쓸 때 흔히 겪는 실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가지 주제를 잡았지만, 쓰다 보면 이것도 말하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어진다. 그렇게 되면 글이 산만해지고, 초점이 흐려진다. 하지만 목적이 분명하면, 그것이 일종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문장을 쓰다가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도시의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수필을 쓰려한다. 그런데 목적 없이 막연히 쓰기 시작하면, 글은 도시 풍경 묘사, 일상적인 감정, 갑작스러운 사회 비판까지 흩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독자에게 도시 속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에 맞춰 선택과 배제를 할 수 있다. 풍경 묘사도 관계를 강조하는 쪽으로, 감정 표현도 외로움보다는 ‘연결’이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된다. 그렇게 목적이 글을 이끈다.


3. 목적은 독자와 연결되는 통로다

글쓰기에서 목적을 세운다는 건 단지 글쓴이의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독자와의 연결 통로를 여는 일이다. 독자는 항상 묻는다. “이 글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글쓴이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어떤 글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쓰이고, 어떤 글은 감동을 주려고, 또 어떤 글은 논쟁을 유도하려고 쓰인다. 목적은 이처럼 글이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갈지를 결정한다. 목적이 없거나 모호하면, 독자는 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탈하게 된다.

한 번은 후배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외국에서 겪은 문화 충격에 관한 에세이였는데, 여러 에피소드를 나열해놓기만 했고 읽는 내내 ‘그래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후배에게 물었다. “이 글을 읽고 독자가 무엇을 느끼면 좋겠어?” 후배는 잠시 고민하더니, “문화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말했다. “그걸 글 앞에 먼저 정해두고 썼다면, 전혀 다른 글이 됐을 거야.” 목적이란 그렇게 글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다리 놓는 작업이다. 목적이 명확하면, 독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4. 목적은 글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목적 없는 글은 시작도 중간도 끝도 모호하다. 반면, 목적이 분명한 글은 시작에서 기대를 주고, 중간에서 긴장을 유지하며, 끝에서 만족을 안겨준다. 목적은 글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일관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힘이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흐름에 말려들지 않고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글이 완성된 후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에서도, 목적이 기준이 되어준다. 어떤 문장을 고칠지, 어떤 문단을 더할지 뺄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

나는 글을 다 쓴 후 꼭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이 글은 내가 원래 하려던 말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글은 아직 덜 쓴 것이다. 목적이 처음에 세운 방향과 다르다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목적은 글쓰기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착지이기도 하다. 결국 글은 내가 처음 말하고 싶었던 그것에 도달해야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시작하기 전 한 문장으로 정리하곤 한다. "이 글을 통해 나는 독자에게 ___를 느끼게 하고 싶다." 그 한 문장이, 끝까지 나를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