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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명수필18

결혼에 대하여 / 이문열의 귀한 수필 독신 여성이 늘어가는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결혼이란 제도의 본질에 대한 고찰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결혼이란 인류가 고안해 낸 가장 오래된 사회제도의 하나로서, 난혼(亂婚) 또는 모계사회나 집단혼(集團婚)을 인정하는 견해가 널리 퍼져 있기는 하나 결혼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일부일처제는 적어도 오늘날 우리가 그릇 믿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서 쓰는 결혼이란 좁은 뜻에서의 일부 일처혼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결혼은 대략 다섯 가지 측면을 가진 제도로 보인다. 흔히 알고 있는 대로 성(性)과 종족보존 외에 경제적 협력과 정서 및 보험의 기능이 그 다섯 가지 측면의 내용이다. 먼저 성의 제도로서의 결혼으 그 성이 일반적으로 금.. 2025. 6. 1.
윤여선의 土曜斷想: '현충일과 국군의 날' 맞이 현충원 참배와 봉사 (2025.05.31.)===={제 186회}====.해마다 두 번, '현충일'과 '국군의 날'이 가까워 올 무렵이면 서울 동작동의 국립현충원에 갑니다. 관세청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의 일원으로서 현충일과 국군의 날 전에 호국 영령들의 묘역을 돌보기 위해서이지요. 현충일을 열흘 앞둔 지난 화요일에도 관우봉사단과 국세동우회 회원 30여 명이 담당 구역 전사자 묘역에서 태극기와 조화를 갈아 드렸습니다. 작년 국군의 날 전에 꽂아 드렸던 것들이지요. 어렵다거나 힘든 일은 아니지만, 조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 영령들의 묘역을 돌보아 드리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정화 작업을 하면서 묘역을 돌아볼 때마다 아프게 느끼는 것은 영현들의 순국 연령이 무척 낮아 보인다.. 2025. 5. 31.
피천득의 '은전 한 닢', 이재성의 '동전 한 닢' 내가 상해에서 본 일이다. 늙은 거지 하나가 전장(錢莊)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일 원짜리 은전 한 닢을 내놓으면서,"황송하지만 이 돈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전장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전장 주인은 거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돈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놓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하고 묻는다.전장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보더니,"이 돈을 어디서 훔쳤어?"거지는 떨리는 .. 2025. 5. 25.
윤여선의 土曜斷想 '클로버와 토끼풀' [토요 단상(土曜斷想)] (2025.05.24.)========={제 185회}========'클로버'는 '토끼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식물입니다.다른 잡풀들과 달리 땅에 깔려 있는 동글동글한 이파리가 장식용으로 몸에 달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풀이지요.어렸을 적에 이 클로버의 꽃을 따서 꽃 바로 아래 줄기를 반으로 갈라 그 틈으로 다른 꽃줄기를 넣어 연결해 반지나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녔던 것은 웬만큼 나이 든 이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추억입니다."생각난다 그 오솔길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이제는 가버린 가슴 아픈 추억....."가수 '은희'가 불렀던 라는 노래 속의 꽃반지도 이 클로버 꽃으로 만든 천연 장신구였던 셈이지요.요즘 들에 나가면 이 클로버들이 .. 2025. 5. 24.
윤여선의 土曜斷想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깃발' 제 183회 외출할 때 꼭 챙기는 것이 손수건입니다. 때로는 지갑이나 핸드폰보다 먼저 찾아 호주머니에 넣는 것이 손수건이지요.간혹 실수로 손수건을 챙기지 못한 채 밖에 나서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외출 시간 내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과 불안감을 느낍니다. 물론 재채기에 취약한 체질이라서 손수건을 챙기지 않으면 안되는 점도 있긴 하지만, 오래된 습관때문인지 손수건이 주머니 속에 꼭 들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품들의 중요성을 그것이 지니고 있는 물질적 가치로만 따진다면 손수건은 아마도 가장 아랫자리 저만치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천조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물질적 가치의 크고 작음만으로 중요성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시.. 2025. 5. 19.
무소유 / 법정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담요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뿐이오."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 크리팔라니가 엮은 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그렇다.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2025.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