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은 생각의 거울이다 -휘준-

🧠 글은 생각의 거울이다
― 막연했던 마음이 문장으로 정리되는 순간들

오늘 나 왜 이러지?

 

1. 머릿속이 엉킨 날, 글 앞에 앉아보세요

살다 보면 괜히 울컥하는 날이 있습니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닌데, 기분이 구겨진 휴지처럼 흐물흐물하고,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합니다. 이럴 때 저는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거나, 작은 수첩을 꺼냅니다. 무얼 쓰겠다고 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냥 “오늘 왜 이러지?”라는 한 줄로 시작해도 됩니다. 그 한 줄이 실마리가 됩니다.

 

적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기분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밉니다.
‘아, 이게 서운했구나.’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던 거였네.’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듯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글은 아주 훌륭한 마음의 청소기입니다.
소리 없이, 정리 없이 흘러가는 감정을 문장이라는 상자에 담는 순간,
그 감정은 ‘이해’라는 이름을 얻고, 더 이상 통제를 잃지 않게 됩니다.

 

2. 마음속에 있던 것들이 문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시간

글을 쓴다는 건 단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일이 아닙니다. 내 마음속에 무거운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어 보는 일입니다.
무게를 재보고, 색깔을 보고, 향기를 맡고… 그러다 보면 그 감정과의 거리도 생깁니다. 예전엔 화를 잘 참지 못하던 제가 있었습니다.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하루를 다 버리곤 했죠. 그런데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상하게 화가 덜 났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지하철에서 어떤 젊은이가 밀치고 갔을 때,
예전 같으면 ‘왜 저래, 싸가지 없이!’ 하고 하루 종일 괘씸해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 이걸 오늘 수필 주제로 써먹을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분노 대신 소재 확보. 마음이 느긋해지고, 시야가 넓어집니다. 글쓰기를 한다는 건,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는 감정과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그 의미가 바로 나만의 문장이 됩니다.

 

3. 머리에서 가슴으로, 다시 손끝으로 — 생각의 흐름을 탄다

글을 쓸 때는 보통 머리로 먼저 생각합니다.
‘이걸 어떻게 말로 옮기지?’
하지만 진짜 글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로움’이란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딱딱한 사전적 정의를 쓰면 지루한 글이 되지만,
가슴에서 느낀 외로움을 표현하면 전혀 다른 문장이 나옵니다.

“늦은 밤, 빈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들리는 소리도 외로워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문장은 감정의 길을 타고 나온 것이지요.

그리고 이 과정은 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워집니다.
글을 자주 쓰다 보면 생각을 문장으로 바꾸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자신의 감정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생각이 글로 흐르는 그 감각, 그건 마치 마음 안에 숨겨진 지도를 하나씩 그려가는 일과도 같습니다.
목적지는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도만 있어도 마음은 훨씬 덜 불안해지니까요.

 

4.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 결국 나 자신

우리는 살아오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받고 조언을 구합니다. 친구, 가족, 종교, 책, 음악… 하지만 가장 정확하게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입니다. 그리고 그 이해에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저는 종종 과거에 쓴 글을 꺼내 봅니다.

어느 비 오는 날, 혼자 카페에서 적었던 글, 가족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풀었던 어느 밤의 글… 그 글들을 읽으면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무뚝뚝했던 내 마음도, 울컥했던 그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와 애정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글은 시간을 건너뛴 내 마음의 편지입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자주 쓸수록 나는 나를 점점 더 아끼고 이해하는 사람이 됩니다.

 

✍️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건 때로 힘이 듭니다.
문장이 안 풀리고, 마음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10분이라도 써보세요.

생각이 덜 어지럽고, 감정이 조금 가벼워지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됩니다.

생각이 어지러운 날,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날, 글 한 줄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오늘도 저는 마음속 어수선함을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해 봅니다.
“나는 괜찮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