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없다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
가끔 모임에서 만나고 같은 식탁에서 하이 파이브로 공감을 나누던 태식이. 그와 나의 생각차이가 늘그막엔 이렇게 클 줄이야. 어제 그가 '내 인생에 영혼은 없다,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라는 주장을 올렸다. 죽음을 연구한 학자, 미국 교수의 저서까지 인용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내 생각을 옮기다 보니 길어져서, 다시 짧게 다듬어 답글을 달았다.
‘제사와 영혼’ -휘준-
제사(祭祀): 네이버 사전을 보면, 죽은 사람의 넋에 음식을 바치어 정성을 나타냄. 또는 그런 의식이라 나옵니다.
여기에 나오는 넋은 영혼(靈魂)을 말합니다. 영혼은 영과 혼으로 분리됩니다만 흔히 영혼을 정신(마음)이라 부를 수 있으며, 이는 육체(肉體)와 함께 사람을 이룹니다.
육체의 고통은 상처를 남기지만, 마음의 고통은 트라우마를 남기죠? 영혼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임을 트라우마는 증거 합니다. 바람과 공기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듯이. 경서에는 육체의 아버지와 영의 아버지(히 12:9)가 나오며. 한자 육(肉)에는 사람 人이 두 개 있는 게 보이죠? 고린도후서에는 두 개의 사람을 겉사람과 속사람이라 표현했습니다. 우리의 제사는 흙으로 돌아간 겉사람(육체)이 아니라 속사람(영혼)을 위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육체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다. 내게 영혼은 없다. 이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우리가 육의 아버지께 받는 것은 육체뿐입니다. 영혼은 조물주에게 받습니다. 영혼까지 육의 아버지께 받는다면 형제들의 심성이 똑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을 흔히 볼 수 있죠? 사람이 죽으면 육체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조물주에게 돌아갑니다.
우리말에도 ‘맷집 좋다’ ‘몸집 좋다’는 말을 쓰듯이 육체는 무언가의 '집'입니다. 영혼의 집이 죽으면 우리는 돌아가셨다, 소천(召天) 하셨다, 초상났다고 하는데, 초상(初喪)을 우리말로 쓰면 ‘첫째 죽음’이죠?
그럼 둘째 죽음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육체는 영혼을 싣고 다니는 말과 같기에 불교나 원불교에선 육체를 화장시킨 후 '태운 재'를 모시며 ‘영가(靈駕)를 모십니다’라고 하죠? 글자에 말 馬 자가 보이죠. 영이 타고 다닌 육체는 영의 집입니다.
껍데기는 가라는 말도 있죠? 모든 교육은 껍데기가 받는 게 아니라 영혼이 받는 겁니다. 영혼의 존재를 인정치 않는다면 학교도 필요 없습니다. '영혼 없는 존재'가 되시렵니까 ㅎㅎ. 불멸 영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뭐가 달라지는 바가 있겠지 했는데, '고견 감사하다'라는 인사는 달았지만 자기의 주장은 변한 게 없었다.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다시 한번 물었다. 위에 틀어준 노래 '모두가 사랑이에요(해바라기)' 잘 들었습니다. 이 노래를 내 껍데기(육체)가 들었을까요, 내 알맹이(영혼)가 들었을까요?
아무리 유명한 학자라 해도 그의 의견을 선별해서 따라가야지 틀린 이론까지 받아들이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첨부했다. 회원 중에 정치와 종교 얘긴 하지 말자는 의견을 낸 바 있어. 말을 줄였다.
빵을 좋아하는 빵태식은 빵만 있으면 삽니까?
영혼이 없는 사회엔 제사도 필요 없듯
조상도 후손도 필요 없죠
내 얘긴 요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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