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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누라 미안허이! -휘준-

by 휘준쭌 2025. 6. 18.

마누라 자랑 딱 한 번만 하겠습니다.

김치 맛 좋은 윤 집사는 아내의 후배
김치 맛 좋은 아내의 후배 윤 집사


제 아내는 예쁜 편입니다. 새로 옮긴 교회에서도 별명은 이쁜이 집사로 통합니다. 아내의 친구 중에서 아내보다 예쁜 사람은 못 봤습니다. 그러나 요즘 만난 후배 윤 집사는 다릅니다. 아내보다 젊고 예쁩니다.


아내는 아침상에 김치 한 보시기를 올리며 그 예쁜 후배가 김치를 담갔다며 가져온 거라고 했습니다. 그럼 엊저녁에 먹은 김치도 그거냐고 물었더니 아내는 손가락을 쪽쪽 빨며 칭찬을 했습니다.
"계집애 어쩌면 이렇게 맛을 냈을까, 친정이 음식점 하나?"


속 고갱이를 먹으면서 그녀가 김치 담그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정성을 다하는 예쁜 모습을 생각하니 그 맛도 일품이었지만 기분도 묘했습니다. 마치 그녀네 식탁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습니다. 그녀가 김치를 건넬 때, 제 입맛도 의식했을 것이고 맛에 자신이 없다면 보냈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녀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도 들었고 김치가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예쁜 여자가 어쩌면 그렇게 손맛도 고울까요?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에 아버지는 얼큰히 취하신 귀갓길에 상한 생선도 사 오시고, 거스름돈도 잊은 호떡을 들고 오신 날도 있었습니다. 생선 파는 아줌마가 하도 예뻐서 사셨다고 했고, 호떡 아줌마는 어찌나 애교가 넘치는지 거스름돈은 덤으로 주었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와 가끔 다투시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께선 당신은 전혀 잘못이 없는 듯 닦달을 하셨지만 여자의 부족한 미모나 부족한 애교, 그거 미필적 고의로 볼 수는 없나요?


어쨌든 음식의 모양이 맛을 부추기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이 예쁠 때 금상첨화의 손맛을 느끼게 되는 것, 그거 어쩔 수 없습디다. 벌써 10년 된 얘기인데도 오늘은 아내의 후배 생각이 갑자기 들어 입맛을 다셔봅니다. 아침부터 다른 여자 생각을 좀 했는데 마누라 미안허이!

                                        "김치, 너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