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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난생 처음 보는 고교 동창생 -휘준-

by 휘준쭌 2025. 6. 13.

늦은 저녁을 먹는데 조문 메시지가 몇 개 들어온다.

'어머니의 별세를 애도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뭔 소리야,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지 7년이 넘었는데?"

"동창 홈피에 부고 떴던데?"

"그으래?"

확인해 보니 동창 중에 동명이인이 있었는데,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 반에 60여 명씩 8반이라서 작은 학굔 아니었지만

동계 진학 제도로 대부분이 중고교 6년을 같이 다녔는데,

같은 학년의 동명이인을 몰랐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애들도 몰랐으니 내게 위로를 보내는 것이겠지.

조문 메시지는 계속 들어왔다.

나는 메시지마다 즉답을 달았다.

'동창회 부고 내 것 아니다. 동명이인이 있단다.'

부고에 적힌 계좌로 부조금을 보낸 친구들이 있어서

일일이 답변을 아니 보낼 수 없는 문제.

 

부조금을 회수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생겼다.

문제는 그 회수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는 친구들 때문에 덩달아 바빠진 나.

"야야, 졸업 후 50년간 만난 적이 없는데 부조할 사이냐? 회수가 당연한 거지"

한 가지 씁쓸한 점은 두어 친구의 얄팍한 마음을 알게 된 것.

일주일쯤 뒤 부고에 적힌 대로 전화를 걸었다.

"저기 Y 고교 아무개십니까?"

"네"

"나도 아무개인데... 야아, 우리 어떻게 한 학교에 6년을 다니고도 몰랐지?"

"나는 알기는 알았는데 같은 반인 적이 없었지."

"그래, 어머님 장례는 잘 모셨구?"

"편안히 못셨지...."

 

이러쿵저러쿵 어떠쿵 저떠쿵... 조만간 한번 만나자.

그래 네가 수원 밑으로 지나는 길 있으면 한 번 들러라.

졸업 후 처음 만나는 게 아니라 입학 후, 아니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동창? 창창창

"그래, 조만간 얼굴 한번 보자."

고교 동창인데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이게 말이 되남?

나는 1학년 때부터 단축 수업을 많이 해서,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적었다.

 

럭비 농구 육상 정구부 등은 방과 후 학교에서 운동했지만,

수영부는 연습장이 태릉 선수촌에 있어서 오전 수업을 자주 했다.

그랬으니 공부를 잘할 턱이 있나.

 

고1 때부터 2, 3학년을 제치고 계주에 발탁되어, 아샤 물개 조오련 형과 함께 뛰었던 나.

수구에서도 상급생들을 제치고 골키퍼로 활약했기에, 실력에 비해 호사를 누렸던 1학년.

반면에 저쪽 아무개는 병약하여 2학년 때 휴학을 하게 됐고 졸업은 1년 늦게 했단다.

 

그러나 그는 경기도 수원 쪽의 L 리조트 C.C의 대표로 성장해 있었다.

자기가 쉴 틈 없이 바쁜 철이니 나더러 꼭 놀러 오란다.

학생 땐 내가 빨랐지만, 사회적 성공에선 비교도 되지 않는 사이.

그래도 칠순 노인이 큰 기업 대표에게 서슴없이 야자를 놓았으니,

동창이 좋긴 좋은 건가? 창창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