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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들아, 정직하지 않아도 좋다 -휘준-

by 휘준쭌 2025. 6. 11.

'아들아, 정직하게 커야 한다.'

아들아 정직하게 자라다오
아들아 정직하게 자라다오

 

막내 녀석이 초등학생 시절 해수욕을 하다가 바다에서 뛰어나와 오줌 마렵다고 화장실을 찾을 때 순진하다고 웃을 게 아니라 숫기 쪽을 염려했어야 했다.


위장 전입을 통해 목동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더니 자기와 같은 중학 출신 친구가 없어 다니기 싫다며 유난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와 난 별 제안을 다했다.


등하교 때마다 승용차로 모시겠다. 핸드폰을 사주겠다. 반 석차가 중간만 가도 간섭하지 않겠다. 용돈은 두 배로 팍 늘려주겠다. 눈 딱 감고 보름만 버텨주어라. 다음 달에 전학시켜 주마.


그래도 막무가내로 졸라대는 아이는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어느 친구가 다가와 '너 편법 전입생이지?'하고 물을 것만 같단다. 별 쇼를 다하다 부아가 난 듯 아내가 소리쳤다.


"야 이놈의 자식아, 그거 하나 둘러대지 못하면 시골서 서울로 유학 온 애들은 어떻게 이길래?"
그러던 그녀가 내 앞에선 꼬리를 내렸다.
"저러다 저느므자슥 성격 버릴까 봐 더 걱정이 돼요. 옮겨줍시다. 에이그 못난 녀석!"


나도 '나약한 자식!'하고 팽개쳐버리려다 성적이 인생에 전부냐는 흔한 말로 아내를 위로한다.


누구나 제 아이에게 정직을 가르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커도 정직한 세상이 오진 않는다. 거짓말 못하는 자식한테 한 번만 눈 딱 감으면 되는데 그것도 못하냐고 윽박지르다가 져서 중학교 동창들이 많다는 학교로 옮겨주기로 했다. 대학 진학률이 훨씬 떨어지는 동네 학교로.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안달인 학교를 편법으로 보내려면 중3 졸업 전부터 챙겼어야 했다고 아내는 볼 멘 소리를 흘리며 못난 녀석의 전학수속을 밟으러 갔다. 그 녀석은 내일 아침부턴 생기 찬 표정으로 집을 나서겠지만 3년 후에도 흡족한 마음으로 교정을 나설 수 있을지...


대학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떠들고 다니면서도 제 아들은 편법을 써서라도 꼭 보내려는 아내가 밉지 않으니 난들 할 말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