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01 핸드폰을 목에 건 어머니는 척척박사 -휘준- 우리가 새 천년이 열렸다며 들떠있던 2000년대 초반, 제 어머니는 여든 문턱에 계셨습니다. 작고 날씬하신 어머니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해를 몹시 힘겨워하셨습니다. 무릎도 자주 아프고 기운도 예전같이 않으시다면서. 어머니는 보약을 드신 적이 없습니다. 힘들어하실 적마다 권해드려도 한사코 마다하셨습니다. 보약을 먹으면 죽을 때 고생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굳게 믿고 계시지만 자식의 씀씀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셨겠지요. 그 어머니에겐 홀로 된 큰며느리와 저희 부부, 손자 둘 손녀 둘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집도 있습니다. 그 집 때문에 혼자 사십니다. 2002년, 저는 살던 동네에서 조금 외곽으로 나오면서 같은 값에 방이 하나 더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방 넷 중 큰 방 하나를 4년째 비.. 2025. 6. 7. 죄와 벌 '쌩구라' -휘준- 내가 누구게? 나 바람이야.왜 바람이냐구? 한국 수필계에선 미운 오리새끼 같다는 축도 있지만, 신림동 문인회에선 '바람'이라 불렸지. 지금은 과천 살구. 한국문단에 삐딱이 모자 쓰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선한 바람. (오우! 미안, 간이 잠깐 부었네. 윗줄 삭제하고 그냥 예비군으로 가겠습니다.) 나 신출귀몰 예비군 7공수 병장 강병장이야. 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전하고 매력 덩어리인..... 뭐? 알았어 알았어, 정정할게. 그냥 몸만 건강한. 오늘 에러 되게 나네! 우리 동네에서 내 별명은 '신선한 바람'이야. 생긴 거완 딴판이라고? 그렇지만 내가 붙인 것도 아니고 남이 붙여준 건데 어떡하냐구. 우리 동네 부동산아줌마, 슈퍼아줌마, 노래방아줌마가 나의 팬이지. 나만 가면 노래방 시간을 자꾸 늘려 줘. 그냥도.. 2025. 6. 6. 요즘 젊은이들의 말, 뒤집어 들어도 모르겠음 -휘준- MZ세대가 말하는 플렉스, 나는 ‘푼수’로 들었다.― 요즘 젊은이 말, 이렇게 들린다. 요즘 젊은이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외국어 수업이라도 듣는 기분이다. 물론 내가 ‘그쪽 나라’에서 태어난 적이 없으니 통역도 사전도 없다. 그저 눈치와 경험, 그리고 약간의 체념으로 해석해 볼 뿐이다.며칠 전이다. 손주가 방에서 갑자기 외쳤다.“와! 이건 진짜 플렉스지!”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분명히 ‘푼수’라고 한 것 같은데, 왜 저렇게 당당하게 외치나 싶었다. 그 아이 또래에 ‘푼수’라는 말을 쓸 리는 없고, 다시 묻자니 괜히 ‘꼰대’ 같고. 결국은 물어봤다.“그, 플렉스라는 게 뭔 말이냐?”손주가 나를 힐끗 보더니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냥, 멋지게 소비한다는 뜻이에요. 남들에게 보여주는 소비요.” .. 2025. 6. 5. 서울 현충원 참배 때 알고 갈 사항 서울현충원을 참배하실 때, 미리 알아두시면 유익한 점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예를 갖추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참배 전 준비 사항참배 시간 확인개방 시간: 오전 6시 ~ 오후 6시 (하절기 기준, 동절기는 ~5시까지)연중무휴이지만 특별한 국가 행사나 비상상황 시 일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복장 예절단정하고 격식을 갖춘 복장이 좋습니다.짧은 반바지, 슬리퍼, 과한 액세서리는 피해 주세요. 헌화/분향 준비국립묘역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헌화대와 향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개인이 꽃이나 향을 준비해 오셔도 되지만, 지정 장소 외 사용은 삼가야 합니다. 🕊 현장 예절 및 유의사항조용히 참배묘역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안식처입니다. 대화나 웃음소리는 자제해 주세요.. 2025. 6. 4. 아,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휘준- 아우슈비츠 아, 내가 이 굉장한 곳엘 오다니!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이 끔찍한 역사의 현장은 수도가 바르샤바로 옮겨지기 전까지, 500여 년간 폴란드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던 크라쿠프 서쪽에 붙어 있다. 2005년, 그러니까 20년 전 필자는 세계문화유산인 소금광산과 아우슈비츠를 같이 가볼 기회가 있었다. 찾아가는 길은 폴란드가 전형적인 농업국가임을 잘 보여주었다. 땅은 우리나라의 3배나 되지만 인구는 우리의 1/3 밖에 안 되는 나라, 게다가 90%가 평지인 나라, 농토에 비료를 쓰지 않고 휴식년제를 꼭 지킬 만큼 옥토가 풍부한 나라를 보았다. 이 순박하고 풍요로운 나라가 한 미치광이에 의해 짓밟힌 흔적을 보러 가는 길. 그 음울한 길 위에서도 넓은 옥토에 대한 부러움은 발끝을 떠날 수 없었다. 폴.. 2025. 6. 3. 2원이면 볼 수 있던 엄마와 2만 리 떨어졌을 때 -휘준- 저에겐 육십이 넘도록 언제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돈이 있습니다.그건 2원, 초등학교 2학년 때 공책 값입니다. 공책을 산다며 타온 돈을 만지작거리던 저는 문방구점을 그냥 지나쳤습니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며 자주 입원을 하셨는데, 어느 계절엔 집보다 병원에 계신 날이 더 많았습니다. 저는 엄마 없는 집이 몹시 싫었습니다.학교가 파한 뒤 상도동에서 전찻길이 있는 노량진까지는 한 시간쯤 걸었습니다. 노량진에서 2원에 전차표를 사서 탔고 남영동에서 내렸습니다. 그러나 갈아탈 차비가 없어서 효자동 가는 전차를 몇 대나 보냈습니다. 한 길 복판에 서서 '내가 어쩌자고 돈도 없이 여길 왔을까?' 후회했지만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걸 이기게 했습니다. 눈치 보며 망설이다 한.. 2025. 6. 2.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