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뭐든 비싸야 좋다고 합니다.
명품 신발, 고급차, 한 끼에 몇 만 원짜리 오마카세.
그걸 ‘플렉스’라고 부르더군요.
돈을 시원하게 쓰는 것이 멋이라는 뜻이라던데,
저는 요즘 그 반대입니다.
지갑은 웬만하면 열지 않으려 애쓰고, 마음은 더 열어두려 노력하며 삽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조건 검소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도 한때는 회식 후 고깃집에서 계산서를 낼 때,
괜히 허리 쭉 펴고 “내가 쏜다!” 하며 어깨에 바람 좀 넣어봤습니다.
그 맛이 뭔지, 저도 다 압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돈은 쓰고 나면 아깝고,
정은 쓰고 나면 더 따뜻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플렉스 대신 정을 삽니다."
블로그를 시작한다고 했더니
아내가 빙긋이 웃습니다.
“여보, 은퇴 직후 유튜브를 기웃거리더니, 이젠 블로그 하시게요?”
말끝엔 은근한 응원이 묻어났습니다.
고맙다는 말은 못 하고, 등만 슬쩍 두드려줬습니다.
저는 그게 '사랑합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사실 저도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내가 블로그를 한다고? 이 나이에?”
“글은 누가 읽는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나이에야말로 써야 할 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 인생은 이제 마흔 번째 페이지가 아니라,
일흔 번째쯤 와 있습니다.
그쯤 되면 쓸 말이 좀 생깁니다.
남들처럼 멋지게는 못 써도,
"사람 냄새 나는 문장은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심사숙고했습니다.
‘지갑엔 센스, 마음엔 에세이’.
지갑을 열 땐 신중하게, 마음을 쓸 땐 후하게.
요즘 물가는 너무 빠르게 뛰고,
감정은 너무 빨리 소진됩니다.
뉴스를 보면 씁쓸하고,
길을 걸어도 다들 급해 보입니다.
그럴수록 저는 ‘천천히, 따뜻하게’ 사는 법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령 이런 이야기 말입니다.
며칠 전, 시장에서 만 원짜리 손수건을 하나 샀습니다.
그 손수건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문구 하나가 눈에 밟혔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그런데 그 ‘그런 거지’가 참 귀하다.”
그 손수건을 건네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거 당신 같아서 샀어.”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웃었는데,
그 미소 하나로 하루 종일 마음이 부드러웠습니다.
그게 플렉스 아니고 뭐겠습니까.
마음이 움직이는 소비.
돈보다 따뜻한 거래.
그게 저만의 ‘정 플렉스’입니다.
이 블로그에는 앞으로
✔ 제가 살아오며 주운 좋은 말 한마디,
✔ 신앙 안에서 배운 조용한 지혜,
✔ 아내와 주고받는 일상의 농담,
✔ 통장은 지키고 감성은 지키는 소비 팁,
✔ 그리고 언젠가 후배들이 읽고 웃다 고개 끄덕일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이제, 젊은 날처럼 빠르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느린 글, 따뜻한 문장, 오래가는 이야기.
그런 것들이 제 나이에 어울리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우연히 읽고 계시다면,
이런 글도 괜찮다고 생각하신다면,
잠깐 앉아 쉬어가셔도 좋습니다.
지갑은 닫아도, 마음은 열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
'지갑엔 센스, 마음엔 에세이'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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