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 웃었으니까, 제과점 가시죠?
“저기 우리 오빠 오네요.”
“이크, 물러갑니다. 근데 그대 내년에도 고교농구에 나오면 그땐 죽음입니당... 총총총”
뒤도 안 돌아보고 물러섰던 며칠 후, 나는 망설이던 편지를 부치고 말았어.
[편지] 3학년이라던 숙에게, ㅋㅋ 2학년이지?
이 편지, 학년을 몰라 농구부로 보내는 거구,
여자 이름으로 보내는 건 나으... 센스.
전달되면 행운이고, 차단되면 운명.
나 요즘 농구 열심히 해, 키 크고 싶어서.
우리 학교 코트는 아스팔트라서 비만 멎으면 바로 할 수 있거든.
선수들은 강당체육관에서 뛰고 우리는 땡볕에서 뻘뻘 대는데, 멤버들 모두 그대 팬이야.
숙, 그대 만난 후부터 키 커야 한다는 욕심에
뒤꿈치를 들고 다닌 날도 있었어.
난 2학년이니까 키 클 기회가 더 있고, 진짜 키가 크면 시합장에 놀러 갈게. 자랑하러.
모쪼록 좋은 대학에 가길 빌며, 좋은 때 한번 만나.
어제 말이야 버스에 오르는데 나보다 큰 눔이 서 있는 거야.
기분 나빴어. 그래서 순간적으로 뒤꿈치를 들고 걸었는데 파울이지.
워킹 파울, 농구의 워킹과는 다르지만,
워커 끈을 반만 맨 채 너풀너풀 끌고 다녔으니 그 파울은 통했지.
버스 천장에 교모가 닿기 때문에 고개를 약간 숙이고 걸어서
환풍구 밑으로 가서 고개를 들었어.
거짓으로 키운 키가 천장을 스쳤지만
천장을 뚫고 서 있다는 이미지는 굉장한 거잖아.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는데 괜찮은 여학생 둘이 나를 흘끔거리데?
‘후후, 공주님들 천장에 머리 닿는 거 처음 봐? 메롱’
키가 커서 불편한 듯 인상을 쓰며 네모난 환풍구를 둘러보는데,
그때 차가 흔들려서 머리를 부딪쳤어.
사실 머리는 안전했고 모자 끝만 부딪힌 거지만
나는 비명을 질렀지. 시선을 끌어보려구.
"아야!"
그렇다고 뒤꿈치를 내린다면 개망신이잖아.
두 번째 차가 흔들렸을 땐 비명이 더 컸어.
"윽, 어이쿠!"
모두들 천장을 뚫고 서있는 나를 머저리처럼 보았어.
'모자 벗고 머리는 안전해.'하고 싶었지만
점잖게 무릎을 구부려서 키를 줄였지.
뒤꿈치만 내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 앞에 뒤꿈치를 들어서
늘린 키에 무릎을 굽혀서 다시 줄인 자세,
한심하고 슈퍼 머절틱한 모습이지만 워커 때문에 눈치채진 못했지.
원래의 키로 돌아오려면 차에서 내려야 하는데 차비가 아깝잖아.
할 수 없이 환풍구를 나와서 고개를 숙인 자세를 택했어.
두 팔로 손잡이를 잡았지만, 뒤꿈치를 들고 있는 자세, 얼마나 힘들겠어?
그것은 심한 체벌이었지.
‘아, 키 큰 척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거짓은 무조건 나쁜 거야!’
‘그래 이 고생을 해서, 키 큰 척해봐야 시선을 끈다고 볼 수도 없잖아.’
별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뜨아~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 거야.
미칠 뻔했어. 휘준, 어떡하지? 멍청아 뭘 어떡해.
번개 같은 결론으로 내렸어, 뭐 망설일 시간이 어딨어?
하차도 뒤뚱뒤뚱 절룩이며, 뭐 어쩔 도리가 없었지.
아이고 연애고 나발이고 나부터 살고 봐야 하지 않겠어?
나 어제 죽을 뻔했어, 진짜.
진짜란 말이야. 다시는 뒤꿈치 들고 다니지 않을 거야.
숙, 기적처럼 답장이 온다면 뒤꿈치 들고 엄벙덤벙 뛰어다닐 –쭌-
https://youtu.be/GnUTtqmy78E?si=dweS0GnyMTLilv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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