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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부 쪼끔

[1] 글을 쓰는 사람 = 생각하는 사람 -휘준-

by 휘준쭌 2025. 4. 22.

글을 쓸 때 보이는 것들
펜을 들어야 보이는 것들

 

 

글을 쓸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가끔은 머릿속이 꽉 찬 것 같은데, 막상 누가 “무슨 생각해?”라고 물으면
“아무 생각 안 해”라는 말밖에 안 나올 때가 있다.
실제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걸 말로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뭔가가 엉켜 있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를 때의 그 답답함.

나도 그랬다.
머릿속은 바쁘고 마음은 늘 피곤한데, 정작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러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일기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아니었고, 잘 쓰려고 애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 마음에 걸렸던 말들, 이해 안 가는 감정들을
무작정 끄적이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때부터 ‘나’라는 사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감정이 이해됐고
감정이 이해되자,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1.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글로 나올 때 더 진짜다

우리는 늘 생각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도, 회의 중에도,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순간에도 머리는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수많은 생각들은
막상 말이나 글로 꺼내려 하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안 돼’라는 말, 다들 해봤을 거다.

근데 그거 아는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복잡하던 생각들이 하나씩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한다는 걸.

처음엔 아무렇게나 써도 좋다.
“나 요즘 왜 이렇게 힘들지?”
“오늘 회사에서 팀장님이 한 말 너무 거슬렸다.”
“이 친구한테 왜 이렇게 서운한 걸까?”

질문만 던져도 된다.
쓰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가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하나씩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보다, 글로 꺼냈을 때 훨씬 명확하다.
말로는 흐려지는 감정도, 글로 쓰면 또렷해진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표현’이 아니라
**‘자기 안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2. 글을 쓰다 보면,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회사에서 회의 중에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그땐 그냥 넘겼다.
별말도 못 하고, 집에 와서 괜히 이불만 걷어찼다.

그날 밤, 일기장에 그 상황을 정리해보는데,
처음에는 “그냥 기분이 나빴다”고 썼다가
한참 뒤에는 “사실은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상처받았다”고 썼다.

‘아, 내가 화난 이유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구나.’

이런 걸 깨달은 순간,
그 감정을 나 자신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그다음부터는 같은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차분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글을 쓴다는 건 마음속의 감정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뿌리를 찾아가는 일이다.
‘그냥 짜증나’로 뭉뚱그렸던 감정도,
글로 풀어내다 보면 ‘서운함’이었고, ‘외로움’이었고, ‘불안’이었더라.

그걸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어른이 된다.


3. 글쓰기, 생각 근육을 키우는 최고의 습관

처음 글을 쓸 땐
‘내가 왜 이런 걸 쓰고 있지?’ 싶은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예전보다 더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사람이 된다.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느꼈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이 질문들이 바로 사고력을 만든다.
글쓰기란, 결국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그리고 이건 글 쓰는 순간뿐 아니라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어준다.

예전에는 감정이 먼저 튀어나와서 실수도 하고 후회도 했는데,
요즘은 뭔가 일이 생기면
‘이걸 글로 쓴다면 어떻게 썼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기술이다.


마치며: 나는 글로 나를 만들어간다

이제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찝찝하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못 쓰는 날도 있지만,
마음속 어딘가엔 ‘글로 정리해야 할 생각’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킬 줄 안다.

생각이 정리되면 인생도 정리된다.
나는 지금도 글을 쓰며
하루하루 나를 정돈해나가는 중이다.

오늘도 키보드 앞에 앉아
이 작은 화면 속에서
조용히 나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