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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공부 쪼끔

[5] 글쓰기는 나를 다듬는 일이다 -휘준-

by 휘준쭌 2025. 4. 26.

글쓰기는 나를 다듬기다
글쓰기는 나를 다듬는 일

 

1. 정신없는 하루 속에서 길을 잃은 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숨 가쁜 하루가 시작된다. 알람을 끄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머릿속으로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며 세수를 한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이미 회사 메신저에 알림이 몇 개쯤 와 있고, 그걸 확인하다 보면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지쳐버린다. 그렇게 아등바등 버티며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면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간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지?’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드라마를 보다 잠깐 웃기도 했지만, 내가 진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들여다본 적이 있던가. 어떤 일이 나를 기쁘게 하고, 무엇이 서운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마치 스스로를 가만히 돌볼 시간도 없이, 어딘가에 밀려가는 느낌이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방향을 잃듯, 나라는 사람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

 

2. 글쓰기는 나와 마주 앉는 일


그럴 때, 조용한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보면 신기하게도 마음속에서 뭔가가 스르르 올라온다. “요즘 왜 이렇게 짜증이 많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글이, “사실은 나도 나를 못 믿고 있었던 것 같다.”는 결론으로 끝나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면 감정과 생각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어지럽기만 했던 마음속이 조금은 정리된다.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설명이 아니라, 그저 나와 나 사이의 대화다. 머릿속에 맴돌던 말들을 단어로 꺼내고, 문장으로 이어가는 그 과정에서 비로소 내 속마음을 정확히 볼 수 있게 된다. 때론 내가 왜 어떤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는지, 왜 그날 갑자기 울컥했는지, 글로 써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써보면 알게 된다.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서, 혹은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서 속이 상했구나.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예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3. 생각이 정리되면 삶도 달라진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 생각이 정돈되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긴다. 예전엔 말로 감정을 터뜨리기 바빴다면,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어떤 주제든 글로 한 번이라도 풀어본 적이 있으면, 말할 때도 훨씬 또렷하고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다. 게다가 글을 쓰며 생긴 ‘거리 두는 시선’은, 감정을 함부로 내뱉기보다는 잠깐 멈춰보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서 자주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이 상황에서 왜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나? 이런 질문은 평소엔 좀처럼 떠올리지 못한다. 그런데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게 된다. 글쓰기는 단지 글을 잘 쓰는 연습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방식이고, 스스로를 훈련하는 도구다. 한 문장, 두 문장 고치며 고민하는 그 시간이 쌓이면, 내면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깊어진다.

 

4. 완벽하지 않아도, 천천히 나를 닮아간다


처음엔 글이 잘 안 써질 수도 있다. 몇 줄 쓰다가 멈추고, 이게 무슨 말인지 헷갈려서 지우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에서는 ‘이럴 거면 왜 쓰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이, 바로 나를 다듬는 시간이기도 하다. 글은 점점 나를 닮아간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연습, 어지러운 마음을 천천히 따라가며 단어로 붙잡는 그 연습들이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글쓰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도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위해 썼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외부의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언어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삶의 중심도 조금은 또렷해진다. 어쩌면 글쓰기는 거창한 창작이 아니라, 매일매일 나를 다듬는 사소하고 조용한 의식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