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버려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사회 속에서, 일터에서, 심지어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도 느낄 수 있는 소외감과 공허함. 처음에는 그것이 삶의 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사람 역시 사물이나 시간처럼 두 번째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삶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역할을 찾으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피어날 때 시작된다.
사회 속에서 버려진 듯한 나
젊은 시절, 나는 일과 사람들 속에서 쉼 없이 달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역할에서 밀려나고,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처음에는 그 공백이 쓰라렸고, 하루하루가 허무하게 느껴졌다. 마치 시간과 사물처럼 나도 버려진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들었다. 젊었을 때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 첫 직장에서의 동료, 이제는 연락이 끊긴 얼굴들이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비록 지금의 사회적 위치는 달라졌지만, 나의 경험과 추억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순간 나는 버려진 듯 느껴진 나 역시 두 번째 삶을 얻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았다.
그 이후로 나는 매일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다. 집안일을 도우며, 손주와 시간을 보내며, 이웃과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적 연결을 다시 만들어 나갔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상의 재발견으로 다시 피어나다
나는 아침마다 산책을 나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건강을 위해 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책은 내게 작은 발견의 장이 되었다. 골목길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는 이웃의 따뜻한 미소, 오래된 가로수의 흔들림. 이 모든 순간이 나를 다시 세상과 연결해 주었다.
또한, 글을 쓰며 나는 나 자신과 소통한다. 매일의 기록 속에서 나는 지난날의 경험과 감정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글은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자, 잊힌 순간들을 다시 살리는 도구다. 사람도 버려지는 순간이 있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간다면 두 번째 삶을 얻는다. 버려진 것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을 살리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삶
사람의 두 번째 삶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빛난다. 나는 손주와의 시간을 통해 그것을 실감한다.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며, 나는 과거의 나를 다시 살아내고, 손주는 그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상상과 배움을 얻는다. 내 경험이 누군가의 삶에 스며들며 다시 태어나는 순간, 나는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된다.
또한 오래된 친구들과의 짧은 만남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젊은 시절에 쌓았던 우정과 추억이 이제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힘이 된다. 과거에는 단순히 함께 웃던 시간들이, 지금은 서로의 삶에 의미를 더하는 자양분이 된다. 버려진 사람도 다른 사람과의 연결 속에서 두 번째 삶을 얻는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시작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역할이 줄어드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글쓰기, 산책, 봉사, 손주 돌보기, 친구와의 대화 등 소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에게 기여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
나는 최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사람들의 작은 미소와 감사 인사를 받으며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한때 사회적 역할에서 밀려난 듯했던 내가, 다른 방식으로 삶에 기여하며 다시 빛나고 있음을 느꼈다. 버려진 사람도 새로운 역할을 통해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손주와 함께 요리를 하거나, 동네 카페에서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며, 나는 나의 지혜와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이것이 바로 버려진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방식이다. 단순한 존재감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의 일부로서 새롭게 피어나는 순간이다.
작은 순간 속에서 삶의 재발견
우리는 누구나 한때는 세상 속에서 밀려나 버려진 듯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작은 순간 속에서 삶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지나가는 하루의 햇살, 손을 내밀어 준 누군가의 미소,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런 순간들은 버려진 사람에게 새로운 의미를 선물한다.
나는 때때로 거실 창가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듯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새들의 지저귐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살아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버려진 사람에게도 두 번째 삶은 있다.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아보고, 작은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타인과 연결될 때 우리는 다시 살아난다. 나는 오늘 하루를 마치며, 나 자신이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음을 느낀다. 젊은 날에는 바쁘게 살아가느라 놓쳤던 소소한 순간, 주변 사람과의 연결, 작은 배움과 깨달음이 이제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버려진 듯 느껴졌던 내가, 다시 살아 숨 쉬며 나와 다른 사람의 삶에 의미를 더한다.
사람 역시 사물과 시간처럼, 버려진 순간 속에서도 두 번째 삶을 얻는다.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고,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삶은 다시 태어나고, 존재는 빛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