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일에 치여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흘러간 시간을 ‘낭비’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정말 버려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시간도 두 번째 삶을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가 다시 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할 때 시작된다. 흘러간 시간은 단순히 지나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르게 바라볼 때 새로운 가치로 되살아난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의 재발견
아침부터 바쁘게 시작된 하루,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미 흘러간 시간들을 세곤 한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10분,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3분, 커피를 준비하며 흘러간 5분, 사람들은 그냥 흘려보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시간들 속에서도 작은 의미를 찾는다.
예를 들어, 출근길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5분. 그 짧은 순간을 멍하니 보내는 듯 보여도, 나는 그 시간을 이용해 하루 계획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시간들은 사실 나의 내면을 다지는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종종 시간을 숫자로만 재지만, 그 안에는 삶을 새로이 바라보는 기회가 숨어 있다. 그렇게 작은 순간 하나하나가 이어져, 흘러간 시간이 두 번째 삶을 얻는다.
점심시간, 사람들이 붐비는 카페에서 기다릴 때 나는 가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다. 대신 주변 사람들의 표정, 창밖 나무의 흔들림,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간 낭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10분은 하루의 활력을 주는 숨 고르기 시간이다. 나는 기다림이 주는 힘을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며 우연히 만난 친구와의 짧은 대화,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읽은 작은 글귀, 줄 서 있는 동안 들려오는 웃음소리. 이러한 기다림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마음을 열면 뜻밖의 선물로 다가온다. 기다림 속의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만들어 내며 다시 살아난다.
반복 속에서 새로움을 찾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에도 버려지는 시간이 많다. 반복되는 출퇴근, 반복되는 업무, 반복되는 습관. 처음에는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반복 속에서도 작은 차이를 발견하면 시간은 두 번째 삶을 얻는다.
예를 들어, 같은 길을 걸어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운다. 반복되는 길이지만, 매번 새로운 느낌과 작은 깨달음을 준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며 오늘의 기분, 날씨, 내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기록된 작은 순간들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결코 낭비된 시간이 아니라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조각들이다.
퇴근길,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 일도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가끔은 새로운 사람의 미소, 새로운 메뉴, 새로운 향기가 느껴진다. 반복 속에서 변화는 늘 존재하며, 우리는 그것을 발견할 때 시간을 다시 살리는 경험을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방법
때로는 하루가 끝나고 나면, 내가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럴 때면, 작은 기록을 남긴다. 오늘 하루 느낀 것, 본 것, 들은 것,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들을 짧게라도 글로 남긴다. 글로 기록할 때, 흘러간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난다.
또한 누구와 함께 보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돌아보면,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던 시간들이 사실은 나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재료였음을 알게 된다. 흘러간 하루가 새롭게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 시간은 버려지지 않고 내 삶 속에서 계속 울림을 준다. 나는 이렇게 매일의 반복, 기다림, 멍하니 흘러간 순간들을 기록하며, 하루하루가 쌓여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짧은 시간, 손주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10분, 길가에서 만난 동네 고양이와 잠깐 눈을 마주치는 순간, 하루를 다 채운 일만큼 크진 않지만, 마음에 남는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때, 시간은 버려지지 않고 두 번째 삶을 얻는다.
버려지는 시간과 사람의 관계
시간의 두 번째 삶은 단순히 혼자만의 발견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우리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되살릴 수 있다. 함께 기다리고, 함께 걷고, 함께 대화하며 공유한 시간은 서로의 삶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나는 때때로 손주에게 오래된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주며, 잊혔던 기억을 함께 떠올린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나와 손주가 공유하는 순간은, 단순히 지난 하루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다시 살아난다. 버려진 것들처럼, 한 번 지나간 시간도 다시 태어나고, 의미를 얻는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인 시간의 조각들은 인생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맺으며 – 시간의 두 번째 삶과 나
버려진 것들의 두 번째 삶을 기록하며, 나는 이제 시간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됨을 깨닫는다.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낸 순간도, 조금만 마음을 기울이면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되살아난다. 하루 중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한 시간도, 다시 생각하면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되고, 작은 관찰과 기다림 속에서 성장의 기회가 된다.
나는 오늘 하루를 마치며 기록한다. 흘러간 시간 속에서도 작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내 내면에 다시 살아나며 새로운 힘이 되었음을. 버려진 시간은 결국 두 번째 삶을 얻어 우리 곁에 남는다. 그렇게 나는 매일 흘러간 시간을 돌아보며, 살아 있음과 의미를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