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점이 전국에 깔린 커다란 회사를 다녔습니다.
신입 시절 본점 야유회를 갔는데. 유난히 음치였던 제게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아 주며 노래를 부르라는 겁니다.
그래서 더 음치인 척 왕창 찌그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한 곡조 뽑았죠. 모두 배꼽을 잡고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쓰러지지 않은 여직원 하나를 뒤늦게 발견한 겁니다. 누군가 내게 보내준 이 사진 때문에.

한 1년쯤 뒤 그때 사진을 누가 보내줬는데, 사회자도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던 폼이 담겼고 무대 앞 여직원들도 모두 킥킥대는데, 안 쓰러진 한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3년 선배 미쏭(미스 송)이라 불렸던 마산여고 출신 아가씨.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식으로 사진에 딱 걸린 거죠.
한 20년 만에 다시 만난 셈인데 참 반가웠습니다. 나이는 제가 두어 살 많았기에 나이 쉰에 만난 재회였지만 그녀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하여간 사진 한 장을 놓고 마주 앉았는데, 참 많은 세월이 빗겼습니다.
그 사이 시집을 갔고 아이 둘을 낳아 잘 키웠지만 호칭은 여전히 '미쏭'이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미쏭, 이 모습 생각나?
그때 노래 열심히 부르던 나를 두고 흉보던 말
이 사진에 쓰인 그대로지?딱 걸렸음 ㅎㅎ
'여행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 샌님이 살던 목멱산(서울 남산) -휘준- (0) | 2025.05.13 |
---|---|
어휴 계양산, 계속된 계단에 질림질림 (1) | 202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