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작년 겨울 기억이 되었네요. 2024년 1월 27일 토요일 8시, 금정역에 나갔더니 네 사람이 모였습니다. 평택역까지 급행 전철로 약 40분 이동, 평택역에서 510번 버스 타고, 약 50분 이동하여 영인산 들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영인산 자연휴양림 입구부터 아이젠을 차며, 화장실을 찾아보았으나 없었습니다.

정상 쪽 공원에서 반가운 화장실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배변엔 실패. 영인산은 봉우리가 4~5개 있었는데 첫 봉우리(상투봉)에서 하산을 결심했습니다. 일행에겐 지름길로 뒤따르겠다고 하고서 다시 그 화장실에 들렀으나 실패, 등산할 마음이 싹 가시고 찜찜해서 미련 없이 하산 결정.
이제 집까지 가는 길이 걱정되었습니다. 택시 타면 집까지 80분, 교통비 약 10만 원. 대중교통은 집까지 약 3시간 걸리지만 노인은 전철 무료승차라 버스비만 1,500원. 택시보다 대중교통이 화장실 이용이 편리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16시쯤, 집에 와서 거실에 앉으니 마음은 편했습니다. 통증도 가셨습니다. 그러나 익일 아침 7시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소변도 점점 막혀왔습니다. 할 수 없이 아내를 불러 응급실엘 가겠다고 했습니다. 일요일이니 선택지는 대학병원밖에 없었죠.
1월 28일 8시쯤 119에 전화했더니 아파트 현관 앞까지 바퀴 달린 침대가 왔습니다. 구급 칸엔 구조 대원 한 명과 아내가 동승했는데, 덜컹이는 차 안은 몹시 불편했습니다. 중간에 배변이 풀려도 하차할 수 없고, 병원 응급실까지는 가야 한다는 구급 대원의 말에 동의하고 탔습니다.
08:30경 병원 도착, 관장부터 해줄 줄 알았는데 X-ray 찍으러 이동해서 2컷 찍었고, 응급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CT 찍으라는 의사의 처방이 나왔다며 CT 실로. 다녀와서 환자복 갈아입고 링거주사 차고 침대에 누웠음.

응급실에 오면 즉시 관장이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1시간 반이 넘어 10시가 넘도록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X-ray와 CT 결과를 보고 의사의 처방이 나와야 관장약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집에선 혼자 결정으로 관장약을 쓴 적이 있는데, 특별히 인체에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관장약도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10:30분 그러니까 입원한 지 2시간 만에 관장실로 옮겼습니다. 관장실이라고 해야 비닐 덮인 침대 하나 있고, 관장약은 내가 약국에서 샀던 거(30ml, 500원)와 똑같았지만, 의사가 우악스럽게 손가락으로 변을 파낸 뒤에 주입했습니다. 집에선 내가 비명 지르면 약 투입이 중지됐지만, 의사는 비명 지르거나 말거나 무자비하게 주입한 게 달랐습니다. 그리고 약 투입 후 10분간 아내에게 틀어막으라고 시킨 것. 이 차이입니다.
링거병을 달고 화장실이나 관장실을 이동하기가 불편했고, 총 진료비 65만 원인데 보험료 적용 26만 원 내고 12시에 집에 왔습니다만, 모든 일은 관장약 1병(500원)이면 해결될 일을 26만 원이나 내고도 뒤는 개운하지 않았던 점. 아프고 찜찜하고 통증만 조금 개선됐는데 26만 원, 너무 비싼 경험이었습니다.
과거에 관장약 2개로 해결한 경험이 딱 한 번 있는데, 그땐 횡재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도 상비약으로 관장약(30ml 한 통에 500원) 2~3개는 준비해 놓는 게 좋고, 섣불리 용변을 시도하기 전에 관장약을 사용하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약을 항문에 주입 후 약 10분간 손으로 막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을 해주고 안 해준 차이는 26만 원이라는 것. 거기다가 병원까지 오가는 시간, 이리저리 검사받으러 휘둘리는 과정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닙니다. 상비약으로 관장약 꼭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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