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침 6시, 도시를 깨우는 일꾼들 : 6. 아침 라디오 DJ

by 휘준쭌 2025. 8. 17.

 

아침 라디오 DJ
아침 라디오 DJ

  

   아침 6시,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

 

   도시의 대부분은 여전히 알람과 씨름하고 있지만, 전파 위에서는 이미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운전석, 부엌, 지하철, 편의점—그 어디서든, 라디오 채널을 맞춘 사람이라면 이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낮고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힘을 주는 목소리. 오늘 나는 15년째 같은 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아침 라디오 DJ, 최민석 씨의 방송 현장을 찾았다.

 방송국 로비에 들어서니, 유리 너머로 보이는 스튜디오에서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시계는 5시 20분. 이미 그는 생방송 준비로 바빴다. 작가들이 프린트를 나눠주고, PD는 음악 리스트를 점검했다. 마이크 앞의 그는 커피잔을 옆에 두고 원고를 읽으며 발음을 고르고 있었다.

 “이 시간대는 특이해요.” 그는 대본을 넘기며 말했다. “어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그리고 아직 깨어 있는 사람까지 다 듣거든요. 그래서 인사 한마디를 해도, 어느 쪽에 맞춰야 할지 늘 고민이죠.”

 5시 59분, PD가 손가락 세 개를 세우고, 둘, 하나—마이크가 켜졌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는 FM 98.3, 저는 최민석입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하루에 음악과 이야기를 채워드리겠습니다.”
 순간, 스튜디오 공기가 달라졌다. 원고 속 글자들은 그의 목소리를 입고 전파를 타고 퍼져나갔다. 음악이 흐르고, 광고가 짧게 지나간 뒤, 그는 사연을 읽기 시작했다.

 

   아침에 퇴근하는 사람들

 

 “전 오늘 야간 근무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버스에서 창밖을 보니, 해가 뜨기 전 하늘이 참 예쁘네요.”
 그는 잠시 웃더니 말했다. “맞아요, 해 뜨기 전 그 순간이 참 좋죠. 어두움과 빛이 섞여 있는 시간. 저도 늘 창밖을 보면서 생각해요. 오늘 하루는 어떤 빛깔일까 하고요.”

 이 시간대 라디오의 매력은 ‘실시간성’이었다. 그는 문자창에 뜨는 수십 개의 메시지를 빠르게 훑어보고, 적절한 사연을 골라 읽었다. 그 중에는 해외에서 듣는 이도 있었고, 새벽 조깅 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예전에 북극 근처에서 근무하는 청취자한테서 메시지가 온 적이 있어요. 거긴 해가 안 뜬다고 하더라고요. 그날은 창문 없는 방에서 방송하는 기분이었어요.”

 노래 한 곡이 나가는 동안, 그는 잠시 마이크를 껐다. “생방송은 긴장과 여유가 같이 있어야 해요. 말실수하면 바로 나가니까, 머릿속이 늘 반쯤은 깨 있어야 하죠. 그래도, 라디오는 참 묘해요. 얼굴은 모르지만, 매일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아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6시 45분, 그는 뉴스 코너를 짧게 진행한 뒤, 다시 음악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PD가 손짓으로 다음 곡이 길다고 알려주자,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방송 중간중간, 작가는 다음 순서를 알려주는 포스트잇을 그의 앞에 조용히 두었다.

 

   마지막 곡을 아침에 트는 사람

 

 마지막 곡이 흐를 때,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방송 끝나면 갑자기 조용해져요. 그때 약간 허전하죠. 1시간 동안 목소리를 건넸는데, 이제는 서로의 하루 속으로 흩어져야 하니까.”

 7시,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튜디오 불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헤드폰을 벗고 긴장을 풀었다. 밖으로 나서니 해가 막 건물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저는 이제 집에 가서 좀 자야 해요. 근데 참 이상해요. 저는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데, 세상은 이제 막 일어나거든요.”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그의 프로그램 마지막 곡이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아침 6시, 그 목소리는 수많은 사람의 하루에 첫 문장을 써주고 있었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