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어떤 사람에겐 마무리의 시간
도시는 막 깨어나는 듯 보이지만, 어떤 사람들의 하루는 이미 몇 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특히 신문 배달원에게 이 시간은 ‘마무리의 시간’이다. 이미 수백 장의 신문이 각 집과 가게 앞에 놓였고, 남은 건 마지막 구역을 돌며 배달을 끝내는 일뿐이다. 오늘 나는 10년째 같은 구역을 도는 신문 배달원 김성호 씨와 함께했다.
만남은 새벽 3시 반, 인쇄소 앞에서 시작됐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롤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커다란 트럭에서 갓 찍혀 나온 신문 더미가 내려왔다. 아직 잉크 냄새가 강하게 났다. 김 씨는 능숙하게 신문을 묶은 줄을 풀고, 한 부씩 접어 오토바이 짐칸에 실었다. “이게 오늘의 도시 소식이에요. 사람들은 커피와 함께 읽지만, 저희는 모르는 내용이죠. 읽을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는 웃었다.
첫 배달지는 아파트 단지
첫 배달지는 아파트 단지였다. 오토바이가 서서히 단지를 한 바퀴 돌며, 신문이 계단 앞과 문고리에 걸렸다. 움직임은 빠르고 조용했다. “이 일은 소리 없이 해야 해요. 새벽잠을 깨우면 안 되거든요.” 오토바이의 작은 엔진 소리와 신문이 땅에 ‘툭’ 떨어지는 소리가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그의 하루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고도의 기억력과 경로 감각이 필요하다. 김 씨는 아파트와 주택가, 상가까지 약 300곳을 돌며 신문을 놓는다. “새로 이사 온 집, 구독 취소한 집, 신문이 문 안쪽에 들어가야 하는 집… 다 외워야 해요. 초보 시절엔 한 번 틀리면, 다시 되돌아와야 해서 시간도 배로 들었죠.”
날씨는 신문 배달원의 가장 큰 변수다. 비가 오면 신문을 비닐에 싸야 하고, 눈이 오면 도로가 미끄러워 속도를 줄여야 한다. “작년 겨울, 얼어붙은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신문은 다행히 젖지 않았어요. 그날은 몸보다 신문부터 챙겼죠.” 그의 말에는 웃음이 섞였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늘도 수고 많아요
6시쯤 되자, 그는 마지막 구역인 오래된 상가 거리를 돌았다. 문 앞에 놓인 신문은 곧 가게 주인의 손에 들어가 하루 장사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한 분식집 사장은 문을 열며 “오늘도 수고 많아요” 하고 인사했다. 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신문을 건넸다. “이렇게 얼굴을 아는 분이 있으면, 좀 덜 외로워요. 대부분은 제가 누군지 모르거든요. 그냥 신문이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한다고 생각하죠.”
나는 물었다. “이 일을 오래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는 이 일이 ‘하루를 여는 첫 인사’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게 이 신문일 수 있잖아요. 그게 제 방식의 인사죠.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 대신, 매일 같은 시간에 신문을 두는 거예요.”
마지막 집 앞에 신문을 두고, 그는 오토바이 시동을 껐다. 하늘은 이미 옅은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골목은 서서히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졌다. 김 씨의 하루는 그제야 비로소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종이 몇 장이 아니라, 도시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아침이 지나가는 모습 습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