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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도시를 깨우는 일꾼들 : 9. 환경미화원

by 휘준쭌 2025. 8. 19.

환경미화원
아침을 여는 환경미화원

누군가의 땀방울로 시작되는 도시

 아침 6시의 도시는, 누군가의 땀방울로 이미 하루의 절반이 지나가 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빗자루가 바닥을 스치는 ‘사각사각’ 소리가 인적 드문 거리를 채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소리를 모른다. 눈을 뜨면 이미 거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쓰레기통은 비어 있으며, 인도 위 낙엽은 사라져 있다. 마치 도시가 스스로 깨어난 것처럼. 하지만 그 뒤에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이 있다. 오늘 나는 그 중 한 사람, 청소 노동자 최영수 씨를 만났다.

 그는 이미 새벽 4시 50분부터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직 하늘은 짙은 남색이었고, 가로등이 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형광색 안전조끼 위로 두꺼운 점퍼를 걸친 그는, 손에 들린 긴 빗자루를 천천히 움직이며 바닥을 쓸었다. “이 시간에는 사람도 차도 적어서 청소하기 좋아요. 대신 춥죠. 한겨울에는 손이 얼어서 빗자루를 제대로 못 잡을 때도 있어요.” 그의 손등은 갈라져 있었고, 장갑 위로도 찬 기운이 스며드는 듯 보였다.

 최 씨의 하루는 단순한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는 먼저 큰 쓰레기를 집게로 집어 종량제 봉투에 넣고, 그 다음 빗자루로 먼지와 낙엽을 모은다. 도로 가장자리로 밀려난 종이컵이나 페트병을 주우려면, 허리를 여러 번 굽혀야 한다. “이렇게 몇 시간만 하면 허리가 뻐근해요. 그래도 깨끗해진 길을 보면 뿌듯합니다.” 그는 쓰레기 봉투 입구를 묶으며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오랜 세월 이 일을 하면서 체득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도시가 토해내는 쓰레기

 그와 함께 걸으며 깨달았다. 도시는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를 매일 토해낸다. 커피컵, 휴지, 담배꽁초, 심지어 어젯밤 축제를 마친 듯한 음식물 쓰레기까지. “이런 건 늘 밤에 생겨요. 저희는 아침에 뒤처리하는 거죠. 가끔은 화도 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말끝마다 체념이 섞여 있었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책임을 잊지 않으려는 의지도 느껴졌다.

 길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를 그는 집게로 조용히 집어 올렸다. 작은 쓰레기였지만, 그 동작 속에서 이 도시가 매일 어떤 과정을 통해 유지되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무심코 버리고, 환경미화원은 묵묵히 치운다. 그리고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똑같이 반복된다.

 6시가 되자, 거리에는 슬슬 출근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그를 지나쳤다. 하지만 한 아주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수고 많으세요” 하고 인사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새벽 햇살보다 따뜻했다. “이런 말 한마디면, 하루가 가벼워져요. 저희 일은 티가 안 나니까, 알아봐 주면 고맙죠.” 그는 빗자루를 쥔 손에 잠시 힘을 주며 다시 거리로 발을 내디뎠다.

보이지 않는 손길의 무게

 나는 그의 하루를 조금 더 물었다. “언제 가장 힘드세요?”
 그는 빗자루를 멈추고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여름 장마철이요. 비가 와서 쓰레기가 눅눅해지면 무게가 엄청나요. 음식물 쓰레기는 악취도 심하고요. 그때는 체력보다 정신적으로 더 지쳐요.” 실제로 그의 허리에는 보호대가 감겨 있었다. 오랜 노동이 남긴 흔적이었다.

 “또 하나 힘든 건 사람들의 시선이에요. 가끔은 길을 청소하는 사람을 하찮게 보거나, 괜히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제 일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어요. 깨끗한 거리는 모두가 함께 쓰는 거잖아요.” 그의 말에는 작은 자존심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려한 빌딩의 불빛이나 번쩍이는 간판 뒤에는 늘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다. 도시의 아침은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만 빛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게 잊는다. 도시는 함께 사는 곳

 나는 다시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어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작년 겨울, 폭설이 왔을 때예요. 눈이 밤새 쌓여서 새벽에 나오니 허리까지 오더라고요. 그때 혼자 치우다 보니 도저히 안 돼서, 동네 분들이 나와서 같이 해주셨어요. 그날은 정말 도시가 ‘함께 사는 곳’이라는 걸 느꼈죠.”

 또 하나의 기억을 그는 덧붙였다. “가끔은 아이들이 지나가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말해줘요. 그럴 땐 힘이 쑥 나요. 제 일은 티가 잘 안 나는데, 어린 마음에라도 그걸 알아준다는 게 기특하고 고맙죠.” 그의 눈가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시란 단순히 건물과 도로가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길이 모여 만들어가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했다. 환경미화원이 새벽에 닦아놓은 길을 사람들이 지나고, 또 다른 이들이 그 길 위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도시의 배경이 되는 사람들

 그의 일은 오전 8시쯤 끝나지만, 그때쯤 도시는 이미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깨끗해진 거리를 밟으며 목적지를 향해 걷고, 환경미화원의 존재는 서서히 배경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그 배경이야말로 도시의 무대가 굴러가기 위한 기초라는 사실이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사람들의 활기, 편리한 삶의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있다. 그들은 때로는 이름조차 불리지 않고, 사람들의 무심함 속에 스쳐 지나가지만, 그들의 노동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만약 단 하루라도 그들의 손길이 멈춘다면,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 차고, 우리의 일상은 불편과 혼란 속에 갇힐 것이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그의 빗자루 소리가 다시 들렸다. ‘사각, 사각.’ 아직 해는 완전히 뜨지 않았지만, 그의 하루는 이미 정점을 넘고 있었다. 도시의 아침이 빛나기 위해,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그것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땀방울 덕분에,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시작한다. 얼마나 고맙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일인가.

 

새벽 어스름, 도시의 거리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빗자루를 쥐고 도로 위를 천천히 쓸어내리는 청소부의 손길은 소란스러운 낮과는 다른 고요한 리듬을 만든다. 바람에 날린 종이 조각, 밤새 쌓인 먼지와 낙엽은 그의 발걸음을 따라 차례로 사라지고, 길바닥은 점차 제 모습을 되찾는다.

 

그의 일은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시민들이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하도록 돕는 작은 배려이자 책임이다. 지나가는 이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쓰레기가 정리된 거리는 저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의 땀방울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다.

 

해가 떠오르면 사람들은 분주히 걸음을 옮기고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순간, 청소부는 이미 하루의 절반을 일구어낸다. 그의 뒷모습에 비친 땀과 노고는 도시에 깃든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