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의 도시는, 빵 냄새로 깨어나기도 한다. 아직 거리는 싸늘하고 사람 그림자는 드물지만, 한 골목 안에서는 이미 따뜻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그 향기는 멀리서도 알아챌 수 있다. 버터가 녹아내리는 냄새, 발효된 반죽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소리 없는 음악. 오늘 내가 찾아온 곳은 동네에서 ‘아침의 부엌’이라고 불리는 작은 빵집이다.
아침에 만난 금빛 크루아상
문을 열자, 안쪽에서 “조심하세요, 지금 오븐 열어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빵사 박은정 씨가 커다란 철제 팬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팬 위에는 금빛 크루아상이 줄지어 있었고, 막 꺼낸 열기로 공기가 부드럽게 떨렸다. “이 시간에 오신 건 처음이죠? 빵 냄새 때문에 그냥 깼어요?” 그녀가 웃으며 물었다.
박 씨는 이 빵집을 연 지 7년째다. 하루 일과는 새벽 3시 반에 시작한다. “4시면 반죽 온도 맞추고, 4시 반에는 1차 발효에 들어갑니다. 5시가 넘으면 모양 잡고, 5시 반부터는 오븐에 들어가죠. 6시가 되면 첫 손님들이 슬슬 오세요.” 그녀의 말은 마치 오븐의 타이머처럼 정확했다.
빵은 생물과 같다
제빵실 한쪽에는 밀가루 자루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바닥엔 반죽이 튀어 흰 점들이 찍혀 있었고, 커다란 믹싱 볼에서는 아직도 반죽이 돌고 있었다. “빵은 생물이랑 같아요. 기온, 습도, 재료 온도에 따라 반죽이 달라져요. 오늘은 조금 차가워서 발효 시간이 길었죠.” 그녀가 반죽을 눌러보며 말했다.
나는 작업대 옆에 서서 그녀의 손놀림을 지켜봤다. 크루아상을 접고, 바게트를 길게 늘리고, 단팥빵 속을 채우는 동작이 거침없었다. “손이 빨라야 해요. 반죽이 숨 쉬는 동안 모양을 잡아야 하거든요.” 그녀의 손끝에서 빵이 태어나는 순간은 마치 작은 마법 같았다.
6시 정각, 유리문이 ‘띵’ 하고 울렸다. 첫 손님은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말없이 바게트 두 개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매일 6시 5분쯤 오세요. 조깅 끝나고 식탁에 올릴 빵 사가는 거죠.” 박 씨가 설명했다. 잠시 후,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와 함께 온 엄마가 따끈한 식빵을 주문했다. 그 순간, 갓 구운 빵을 자를 때 퍼지는 부드러운 증기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아침 손님들은 서두르는 대신, 표정이 좋아요. 하루를 시작하는 에너지가 있죠. 저는 그 표정을 보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녀는 크루아상을 포장하며 말했다.
나는 물었다. “매일 이렇게 새벽부터 일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 “물론 힘들죠. 하지만 빵을 굽는 건, 그냥 노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준비하는 일’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빵을 한입 베어 물고 웃는 걸 보면, 피곤함이 사라져요.”
빵 냄새가 그리운 때가 있었다
그녀에게 빵집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코로나로 가게를 닫아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몇몇 손님이 문 앞에 편지를 두고 가셨더라고요. ‘빵 냄새가 그리워요, 빨리 돌아와 주세요’라고… 그때 울었죠. 아, 내가 단순히 빵만 만드는 게 아니구나, 이 냄새가 누군가에게 하루의 시작이었구나, 싶었어요.”
6시 30분이 되자, 가게는 점점 분주해졌다. 출근길 직장인, 자전거를 타고 온 청년, 시장 상인까지… 각자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빵이라는 공통된 이유로 이 작은 공간에 모였다.
나는 계산을 마치고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봤다. 박 씨는 여전히 반죽을 치대고 있었고, 오븐 안에서는 또 다른 빵이 부풀고 있었다. 빵집 안의 따뜻한 공기와 밖의 차가운 새벽 공기가 교차하는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시간대의 제빵사는 단순히 빵을 굽는 사람이 아니라, 도시의 첫 향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