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도시는 서서히 깨어나는 중이다. 출근 시간대의 소란스러움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하루를 준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그중 가장 묵묵하게, 그러나 가장 먼저 하루를 가동시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하철 첫차 기관사다.
첫차를 모는 기관사의 하루
나는 오늘, 첫차를 모는 기관사의 하루를 직접 따라가 보기로 했다. 첫차를 타려면 생각보다 훨씬 일찍 나와야 한다. 아직 가로등 불빛이 꺼지지 않은 새벽 4시 50분, 차량기지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창밖엔 어둠과 가로등 빛이 번갈아 스쳤다. 버스 안 승객은 세 명뿐이었고, 모두 두꺼운 외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차량기지 입구에서 기관사 김승현 씨가 나를 맞았다. 그는 18년째 지하철을 모는 베테랑이었다. “첫차는 보통 5시 30분 전후로 출발해요. 하지만 저희는 훨씬 일찍 나와야 하죠. 점검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는 차량 점검 구역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은 거대한 철의 골목 같았다. 여러 대의 전동차가 길게 줄지어 있었고, 곳곳에서 ‘칙’ 하는 압축 공기 소리와 전기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 씨는 운전실 문을 열고, 한 손으로 레버를 당겨 계기판을 켰다. 불이 켜지자 수십 개의 버튼과 모니터가 동시에 깜빡였다.
“제일 먼저 브레이크 압력을 확인하고, 전기 공급 상태를 점검합니다. 문 여닫이 장치, 비상 제동, 경적… 모든 걸 다 체크해야 하죠. 한 번이라도 고장이 나면, 승객 수백 명이 피해를 보니까요.” 그는 손에 익은 동작으로 레버를 조작하며 말했다.
차량 점검이 끝나자, 드디어 첫차를 몰 준비가 됐다. 터널 속에서 기관실 조명이 은은하게 켜졌다. 5시 28분, 역 플랫폼에 도착하니 이미 몇 명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단골’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한 할머니는 손수레를 끌고 있었고, 한 청년은 배낭을 멘 채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첫차 손님들
“첫차 손님들은 대부분 익숙한 분들입니다. 시장 가는 분, 야간 근무 마친 분, 새벽 운동 가는 분… 이 시간대에는 여유가 있어요. 서로 인사하는 경우도 많죠.” 김 씨는 승강장을 스치듯 바라보며 말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터널 속 어둠이 창문 너머로 흘러갔다. 역과 역 사이, 김 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집중했다. “첫차는 긴장도 많아요. 이 시간은 열차 운행이 적어서 신호 시스템이 평소와 다를 때도 있거든요. 또, 깜빡 졸고 선로 위에 떨어진 물건이 있을 가능성도 있고요.” 그는 조심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며 설명했다.
중간쯤 가는 구간에서 터널이 열리더니, 갑자기 하늘이 보였다. 새벽빛이 푸른 안개와 섞여 있었다. “이 순간이 참 좋아요. 터널 속에서 갑자기 세상이 열리는 느낌이거든요. 해 뜨기 직전의 색깔은 정말 몇 분밖에 안 보여요.”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해 뜨는 걸 자주 보시겠네요?
나는 물었다. “그럼 해 뜨는 걸 자주 보시겠네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절마다 달라요. 겨울은 해가 늦게 떠서 첫차에서는 못 볼 때가 많지만, 봄과 가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가끔은 손님이 없을 때, 마음속으로 사진을 찍어두죠.”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며 역마다 한두 명씩 승객이 늘었다. 첫차라 그런지, 사람들 얼굴엔 여유가 묻어 있었다. 대다수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김 씨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저는 이걸 ‘도시의 심장박동’이라고 부릅니다. 아침엔 조용히 뛰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빨라지거든요.”
종착역에 도착하자, 그는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승객들이 내린 뒤, 그는 내게 말했다. “첫차 운전은 단순히 기차를 모는 게 아니라, 도시를 깨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대는 우리가 없으면 하루가 늦게 시작되는 거죠.”
그와 작별하고 승강장을 나서자, 이미 시계는 6시를 조금 넘겼다. 출근 인파가 몰려들기 전의 도시는 여전히 고요했지만, 나는 알았다. 그 고요 속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준비와 노동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 중에서도, 어둠 속 레일 위를 달리는 기관사는 오늘도 도시의 심장을 깨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