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3년간 병원비 기록 : 나이 들수록 늘어나는 항목 -휘준-

by 휘준쭌 2025. 8. 12.

통장 속 병원 영수증


 저는 70세, 배우자는 65세 입니다. 건강검진 때마다 “아직은 큰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언제부턴가 병원에 가는 빈도가 조금씩 늘었습니다. 젊을 땐 감기나 부상을 제외하면 병원 갈 일이 거의 없었는데, 3년 전부터는 다릅니다.
 궁금해서 2022년, 2023년, 2024년 3년간의 병원비를 가계부 앱과 카드 결제 내역에서 전부 뽑아봤습니다. 놀라웠습니다.
 2022년 총합 145만 원, 2023년 187만 원, 2024년은 무려 226만 원. 해마다 꾸준히 늘어난 겁니다. 평균적으로 매달 12만~19만 원을 병원·약국에 쓰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은 정기 건강검진과 치과 치료,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응급 진료였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여름, 배우자가 계단에서 발목을 삐끗했는데, 엑스레이·물리치료·약값까지 합치니 한 번에 12만 원이 나갔습니다. “이거 금방 낫겠지” 했는데, 두 달이나 치료를 받았죠.

 

어디서 새고 있는 걸까?


 항목별로 병원비를 나눠보니,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① 정기검진 및 예방접종 – 매년 2회 이상 받는 건강검진과 독감·폐렴 예방주사. 건강검진은 국가검진 외에 혈액 정밀검사, 암 표지자 검사 등을 추가하면 비용이 확 뛰었습니다. 1회에 15만25만 원 수준입니다.
 ② 치과 – 충치 치료, 잇몸 스케일링, 임플란트 유지관리. 특히 스케일링은 보험 적용이 돼도 1만2만 원, 잇몸 치료나 보철은 수십만 원이 금방 나갑니다. 2024년엔 배우자가 임플란트 크라운을 교체했는데, 그 비용만 48만 원이었습니다.
 ③ 만성질환 관리 – 고혈압·고지혈증 약은 매달 꾸준히 나가는 비용입니다. 약값 자체는 한 달 1만5천~2만 원이지만, 12개월 누적하면 20만 원이 넘습니다. 여기에 분기별 혈액검사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④ 예기치 못한 사고·질환 – 발목 부상, 허리 디스크 초기 증상, 안과 검사 등. 갑작스러운 병원비는 계획에 없던 지출이라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나눠보니, 가장 줄이기 어려운 건 만성질환 약과 치과 치료였습니다. 병원비를 줄이려면 아예 안 가는 방법밖에 없지만, 건강을 포기할 순 없으니 현실적인 절감은 어렵습니다.

 

병원비와 나이의 상관관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60대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0대의 약 2.5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회복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부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50대 초반엔 1년에 병원 갈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60대에 접어들자 허리·무릎·치과·안과 등 ‘전신 관리’가 필요해졌습니다.
 특히 치과는 ‘지금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통계적으로 60대의 치아 손실 속도는 40대보다 3배 빠르고, 치료를 미루면 발치·임플란트로 이어져 비용이 수백만 원까지 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예방의 힘을 체감했습니다. 배우자가 2022년에 폐렴 예방접종을 맞았는데, 다음 해 겨울에 독감에 걸려도 폐렴으로 악화되지 않았습니다. 예방접종 비용은 7만 원이었지만, 만약 폐렴으로 입원했다면 하루 입원비 20만 원 이상, 약·검사비까지 합치면 200만 원 이상이 들었을 겁니다.

 

병원비 관리 전략


 3년간의 기록을 보고 저희 부부는 세 가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① 매년 ‘병원비 예산’을 따로 잡는다
 연간 평균 200만 원을 병원·약국에 쓰고 있으니, 아예 생활비와 분리해 ‘의료비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병원비가 갑자기 늘어나도 가계가 휘청이지 않습니다.

 ② 건강검진은 선제적으로, 단 검사는 필요한 것만
 ‘혹시 몰라’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고가 검사를 넣으면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주치의와 상의해 꼭 필요한 검사만 하고, 나머지는 2~3년에 한 번씩만 합니다.

 ③ 생활습관 관리로 병원 갈 일을 줄인다
 매일 40분 이상 걷기, 가공식품 줄이기, 하루 물 1.5L 마시기, 정기 스트레칭. 이런 습관이 장기적으로 병원비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숫자로 본 3년간 병원비 변화


연도         총액(원)                 주요 원인
2022      1,450,000       건강검진, 치과 스케일링, 고혈압 약
2023      1,870,000       발목 부상 치료, 치과 보철, 혈액검사
2024      2,260,000       임플란트 교체, 만성질환 관리, 안과 검사

 

 병원비를 ‘지출’로만 보면 줄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건강 유지 비용’이 됩니다. 자동차도 주기적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고장이 나듯, 몸도 미리 관리하지 않으면 더 큰 비용과 시간을 잃게 됩니다.
 3년간의 기록은 우리에게 한 가지 확신을 줬습니다. “건강은 가장 비싼 자산이고, 병원비는 그 자산을 지키는 보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