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속의 365일
올해 1월 초, 새해 목표를 세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1년 동안 밥에 쓰는 돈이 얼마나 될까?”
평소에도 장을 보면 5만 원, 외식하면 3만 원, 이렇게 툭툭 나가는 건 알았지만, 전체 합계는 계산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4년 한 해 동안의 카드 결제 내역과 가계부 앱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결과를 보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총 600만 원. 월평균 50만 원이 식비로 나갔더군요. 이 금액에는 마트·시장 장보기, 배달·외식비, 심지어 편의점에서 산 커피·샌드위치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놀라운 건 외식 비중이었습니다. 전체 식비 중 58%가 외식·배달이었고, 나머지 42%만이 집밥 재료비였습니다. ‘우린 집에서 밥을 꽤 해먹는다고 생각했는데…’라는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었죠.
장보기와 외식의 함정
평일 저녁, 퇴근 후 장을 보러 마트에 갑니다. 우유, 달걀, 채소만 사야지 하고 들어가지만, 계산대 앞에 서면 장바구니엔 과자 3봉지, 할인 와인 1병, 신제품 아이스크림까지 들어 있습니다. 세일 문구 앞에서 결심은 쉽게 무너집니다.
주말엔 시장을 갑니다. 시장의 매력은 가격 대비 품질입니다. 아침에 잡은 고등어 3천 원, 싱싱한 시금치 한 단 2천 원, 제철 딸기 한 팩 8천 원. 하지만 이동 시간과 짐 들기가 만만치 않죠.
그리고 외식. 편리함은 최고입니다. 요리할 필요 없고, 설거지도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냉정합니다. 요즘 1인분 1만5천 원은 기본, 고기나 회는 3-4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예를 들어, 주말 점심으로 중식당에서 짜장면 2그릇과 탕수육 소자를 시키면 2만5천 원, 한식당에서 제육볶음 정식 2인분은 2만8천 원입니다.
이렇게 주말 점심만 한 달에 4번 먹어도 20만 원이 훌쩍 넘고, 여기에 배달 23번이면 30만 원이 순식간에 채워집니다.
절약과 건강의 균형
식비를 단순히 줄이는 건 쉽습니다. 외식을 줄이고, 간식과 커피를 끊으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생활의 즐거움이 반감됩니다. 문제는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저희 부부는 올해부터 월 외식 횟수를 8회에서 4회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한 달 10만 원, 1년이면 120만 원이 절약됩니다. 절약한 금액은 질 좋은 단백질(연어, 한우, 닭가슴살)과 제철 과일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집밥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시장에서 장을 보고, 그날 저녁은 그 재료로 요리를 합니다. 봄엔 달래·냉이 된장국, 여름엔 토마토·오이 샐러드, 가을엔 버섯전골, 겨울엔 굴국밥. 이렇게 계절을 느끼는 집밥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줍니다.
게다가 집밥은 건강 관리에도 유리합니다. 나트륨, 설탕, 기름의 양을 조절할 수 있고, 채소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 달만 해봐도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감이 줄어드는 걸 체감합니다.